[팩트체크]‘고양이 짤’도 검열?…n번방 방지법 ‘검열 테스트’ 난리라는데

뉴스1

입력 2021-12-14 09:43:00 수정 2021-12-14 09: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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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 적용된 불법촬영물 식별 및 전송 제한 기능 작동 이미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카카오톡 갈무리)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가 등장하기도 했다.”

‘n번방 방지법’을 놓고 이용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연일 공방이 오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인용해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n번방 방지법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카카오톡·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적용된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능이다. 특히 메신저 서비스인 ‘카톡’에 해당 기능이 적용되면서 이용자 사이에선 오해와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말 ‘고양이 짤’(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도 보낼 수 없는 세상이 온 걸까. n번방 방지법에 대한 논란들을 짚어봤다.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필터링 작동 과정에서 불거진 오해

불법촬영물등 기술적 식별 조치인 ‘DNA 필터링’에 대한 설명 (네이버 제공)
지난 10일 n번방 방지법 시행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내용 중 하나는 고양이 영상이 필터링에 걸린다는 주장이다. 일부 언론에서도 “고양이 영상은 걸리고, 섹시짤은 통과”, “고양이 사진도 걸리더라”라는 식의 제목을 내걸며 온라인 커뮤니티발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이는 다시 법 취지와 달리 불법촬영물을 걸러내지 못하고 엉뚱한 영상만 잡아낸다는 주장의 논거로 활용됐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대선 후보의 n번방 방지법 재개정 공약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고양이 짤’도 검열당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된 이미지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필터링 기능 작동 중에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뜬 걸 캡처한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이 문구는 불법촬영물 전송 제한 조치 여부와 관계없이 필터링 기능 작동 과정에 표시된다. 즉 불법촬영물로 판별되지 않더라도 해당 영상이 불법촬영물인지 아닌지 식별하는 과정을 이용자에게 알리는 내용인 셈이다.

◇오해 키우는 ‘검토중’ 문구 노출, “필터링 시간 설명 필요해”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의 허점을 찾기 위한 ‘n번방 방지법 테스트방’ 모습 (카카오톡 갈무리)
문제는 개인 사생활과 밀접한 국민 메신저 ‘카톡’에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능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영상을 전송할 때마다 ‘불법촬영물 여부를 검토중’이라는 문구가 노출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n번방 방지법과 별개로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들은 자체적인 음란물 필터링 기술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해당 기술들은 서비스 뒤에서 보이지 않게 작동한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문구가 영상을 올릴 때마다 뜨는 걸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n번방 방지법 시행령(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시행령)을 든다. 해당 시행령에는 “불법촬영물등을 유통할 경우 법에 따른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며,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이용자에게 미리 알리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카카오 관계자도 법령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영상 전송 시마다 ‘불법촬영물 여부 검토중’을 알릴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시행령은) 불법촬영물을 올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걸 알리는 조치를 영상을 올릴 때마다 안내하라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필터링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카카오 측에서 이용자에게 이를 설명하기 위한 차원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실제 뉴스1 확인 결과 53MB 용량의 고양이 영상을 전송할 때 필터링에 걸린 시간은 약 18초였다. n번방 방지법에 따른 기술적 조치를 적용하면서 이용자 불편이 발생한 부분으로, 추후 개선돼야 할 지점이다.

◇공개된 정보에만 적용, 개인 대화 검열은 아냐

이 같은 조치는 오픈채팅 그룹채팅방에서 오가는 동영상 및 움직이는 이미지, 압축파일에 적용되며, 일반 채팅 및 1:1 오픈 채팅방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n번방 방지법에 따르면 카톡 외에도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연 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인터넷 사업자에 해당 조치 의무가 부여된다. 구글·메타(페이스북)·트위터 등 8개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국내 포털, SNS, 인터넷개인방송 등 90여개 사업자가 여기에 포함된다. 디시인사이드, 뽐뿌, 루리웹 등 국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된다.

카톡, 이메일 등에서 벌어지는 사적인 대화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에 한정해 기술적인 조치가 적용됐다.

◇불법촬영물 오인 가능성? 100% 장담은 못 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정책. 신고된 내용에 한해 운영 정책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카카오 공식사이트 갈무리)
그렇다면 정상적인 영상이나 움직이는 이미지를 불법촬영물로 잘못 식별할 가능성은 없을까. 우선 n번방 방지법에 따른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적용된 불법촬영물 식별 기술은 이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에 대한 특징 정보를 추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불법촬영물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 일치하는 경우 해당 콘텐츠 게재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해당 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해 지난 8월 민간 사업자에게 제공했다.

이는 기존에 네이버나 카카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자체 적용해왔던 인공지능(AI) 방식의 필터링 기술과는 다른 방식이다. AI 기반 필터링은 음란물·유해 콘텐츠 데이터를 AI 모델이 학습해 유해 여부를 예측, 판독하고 해당 콘텐츠 노출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간혹 납득할 수 없는 콘텐츠 제한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면, ETRI 기술은 이용자가 올리는 영상 특징 정보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이라고 심의·의결한 영상 DB와 비교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영상 지문을 대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영상의 고유 값은 압축 과정이나 이용자 의도에 따라 변형될 수 있다. 이 때문에 ETRI는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원본 대비 유사도를 비교해 기준값 이상으로 원본에 가까우면 불법촬영물로 판단하도록 했다.

기술 개발에 참여한 ETRI 관계자는 “기술은 100%가 아니고, 불법촬영물 오인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고양이 검열 논란은 지나친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입장에서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치지 못한 건 맞지만 이런 부분을 감안해 방통위에서도 내년 6월까지 계도 기간을 준 것으로, 이 과정에서 추가로 발견되는 문제가 있으면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들 너도나도 ‘검열 테스트’…카톡 서비스 이용 제한은 이용자 신고에 의한 것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n번방 방지법을 놓고 사적 검열 논란이 일면서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의 허점을 찾기 위한 ‘검열 테스트’가 이어지고 있다.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이러한 ‘테스트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는 n번방 방지법 때문에 카톡 서비스 이용 정지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현재 n번방 방지법에 따른 기술적 조치는 불법촬영물 재유통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불법촬영물 식별 및 게재 제한 조치는 진행되고 있지만, 필터링 결과 불법촬영물로 판단된다고 해도 이용자에게 특별한 제재가 가해지지는 않고 있다.

카카오는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에 따라 오픈채팅에서도 신고된 내용에 한해 운영 정책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즉, 서비스 이용 제한은 다른 사람이 신고해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다.

카카오 관계자는 “n번방 방지법 때문에 이용자 제재가 됐다는 얘기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서비스 제재는 다른 이용자가 신고하면 오픈채팅방 규제 정책에 따라 판단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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