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文정부의 ‘양도세 중과-대출 규제’ 흔들기… 당내 “역풍 우려”

강성휘 기자

입력 2021-12-14 03:00 수정 2021-12-14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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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출규제 완화 등 반대정책 쏟아내
李 ‘부동산, 대선 최대 쟁점’ 꼽아… 당내 “설익은 대안 역풍 부를수도”
청와대-정부, 침묵 속 속앓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상설시장을 찾아 한 음식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12.12/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 등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양대 핵심 기조를 흔들고 나섰다. 내년 3·9대선을 앞두고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을 통한 보유세 경감, 대출 규제 완화까지 현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기조에 반대되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 그러나 당내에서는 “표심만 의식한 설익은 대안을 밀어붙이면 시장의 혼선만 커지고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 부동산 세제·대출 규제 흔드는 李

이 후보는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핵심 기조인 수요 억제를 통한 시장 규제 방식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13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는 싶은데 양도세 중과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다음 정부에 하겠다는 공약이 아니고, 현재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내 아이디어”라며 제안한 데 이어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선 것.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현 정부가 임기 내내 다주택자를 옥죄어 왔다는 점에서 여권 내부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여당 초선 의원은 “다주택자 세금 규제는 투기 수요 억제를 기조로 하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규제의 핵심으로 그동안 당내에서도 ‘넘어서는 안 될 선’으로 여겨진 사안”이라며 “(당정 간) 논의를 진행해 보려다가 잘되지 않자 이 후보가 직접 총대를 멘 모양새”라고 했다. 현재 민주당이 검토 중인 공시가격 인상 속도 조절 역시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세제와 함께 수요억제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대출 규제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당정은 이 후보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일컬어 “일률적인 금융통제” “죄악”이라고 말한 10일 곧바로 마주 앉아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 속앓이 하는 정부·청와대

그러나 대선 후보가 직접 나서 부동산 정책의 핵심 기조를 흔드는 상황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설령 양도세를 완화해 준다고 해도 매물이 많이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개인적 소신을 갖고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와 정부 역시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현재 서울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국면에서 정부 정책을 뒤집으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중진 의원 역시 “정책의 실효성을 차치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을 일시적으로 덜어내 준다고 해서 등 돌린 다주택자들과 실망한 1주택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지 수지타산을 잘 맞춰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부동산을 이번 대선의 최대 정책 쟁점으로 꼽은 이 후보는 정책 수정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한 여당도 정책적 뒷받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당내 반발을 감수하고 의지를 밝힌 만큼 당도 (정책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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