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젊게… 콘서트-전시 어우러진 공간 10년 꿈 이뤄”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12-13 03:00 수정 2021-12-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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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문 연 명상문화센터 ‘쿠무다’ 이사장 주석 스님
유튜브 촬영-녹화 스튜디오 등 전통적 포교와 현대적 요소 조화
수행+문화 새로운 트렌드 선도


9일 개원한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명상문화센터’ 내 하늘정원의 주석 스님. 해수관음보살좌상 뒤로 바다가 보인다.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밥은 먹고 다니냐?”

부산 해운대구 대운사 주지이자 복합문화공간 ‘쿠무다’ 이사장인 주석 스님(51)은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잘 알려진 이 말을 최근 몇 년간 자주 들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큰 불사(佛事)를 진행 중인 주석 스님을 격려하며 이런 걱정을 했다고 한다.

9일 해운대구에서 열린 ‘쿠무다 명상문화센터’ 개원 법회에서 주석 스님은 여러 사연을 소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계종 전 교육원장인 무비 스님도 “죽을 것 같지? 그래도 해 봐라. 통장 번호나 알려 달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쿠무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하얀 연꽃’이라는 뜻이다. 2013년 설립된 쿠무다는 차와 디저트를 맛보면서 전시와 작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는 문화 포교공간이다. 주석 스님은 이와 가까운 송정 바닷가에 대규모 명상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해 개원에 이르렀다.

이날 공개한 명상문화센터는 지하 2층, 지상 8층, 하늘정원 등으로 구성됐다. 지하공간에는 220석 규모의 다목적 콘서트홀이 있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이 가능하다. 지상 1층은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과 오채현 작가의 ‘참선하는 청년’ 상징물이 설치돼 있다. 2층은 카페 쿠무다로 북카페와 갤러리로 활용된다. 3층 퓨전아시아 레스토랑과 4층 쿠무다 다이닝 레스토랑은 셰프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권과 함께 운영한다. 5층은 유튜브 촬영과 녹음 등에 쓰이는 스튜디오와 문화강좌 강의실, 6∼8층은 숙박 공간인 힐링 빌리지가 각각 들어섰다. 하늘정원은 바다법당으로 전상용 작가의 해수관음보살좌상이 설치돼 있다.

이날 행사에는 원행, 무비 스님을 비롯해 종단 계율을 관장하는 전계대화상 무관 스님,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 윤성이 동국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원행 스님은 “쿠무다 개원은 불교 포교를 위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라며 “불교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무비 스님은 “불교를 젊게 하는 불사”라며 “새로운 불교, 미래불교를 위해 원력과 신심을 펼쳐 달라”고 했다. 수불 스님은 “쿠무다는 수행과 문화의 시대 트렌드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며 “유튜브와 메타버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문화 포교의 새로운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 달라”고 말했다.

개원 법회 뒤 만난 주석 스님은 “10여 년 전부터 이런 공간을 꿈꾸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을지 몰랐다”며 “부처님과 여러 분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쿠무다에 쏠린 우려와 기대에 대한 각오도 이어졌다. “전통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어른 스님들의 걱정이 있는데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잘 조화시키겠다. 법화경에 ‘인욕(忍辱)의 갑옷을 입고 자비의 방에 들어가서 중생을 대하라’라는 말이 있다. 이번 불사뿐 아니라 출가하고 수행하면서 결코 놓지 않은 부처님 말씀이다. 철저한 각오로 정진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도록 노력하겠다.”

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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