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배추’ 라벨이 오히려 신뢰 높인다[Monday HBR/다그니 두카치]

다그니 두카치 HBR 에디터,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1-12-13 03:00 수정 2021-12-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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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생긴 농산물에 ‘못난이’ 라벨을 붙이면 고객 구매욕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B급’이라고 표시하거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가격을 할인하는 등 에둘러 표현할 때보다 그냥 ‘못난이’라고 부르는 것이 못생긴 상품을 파는 데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농산물에 ‘못난이’ 표시를 했을 때의 판매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일련의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순전히 외관상 결함 때문에 미국에서만 소매업자들이 150억 달러어치 이상의 멀쩡한 농산물을 폐기한다. 농부들 역시 농작물의 3분의 1을 같은 이유로 폐기 처분한다. 관리자들의 96%는 ‘못생긴 농산물을 제대로 팔려면 모양에 신경을 안 쓰는 척하거나 여기에 중점을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판매자들의 통념과는 달랐다. 못생긴 과일을 솔직하게 못생겼다고 말했을 때 소비자들이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 ‘못생김 페널티(ugliness penalty)’라는 심리 현상이 있다고 설명한다. 못생김 페널티란 사람들이 부정적인 특성을 매력 없는 대상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편향 때문에 사람들이 식품을 살 때 못생긴 농산물이 상대적으로 맛이 없고 영양가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히 구매 의사를 떨어뜨린다. 그런데 농부들이 대놓고 농산물이 못생겼다는 걸 확실하게 알리면 상품의 문제가 맛이나 영양에 있는 게 아니라 ‘외양’에만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이런 접근은 외관상 결함이 있는 식품에 대한 편견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페널티를 없애버릴 수 있다. ‘못난이’ 라벨이 편향을 수정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또한 이런 정직하고 솔직한 라벨을 사용하면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못난이’ 라벨을 붙일 때는 상품에 적절한 가격을 매기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자들이 볼품없는 상품을 파격 세일가로 판매하곤 하는데, 할인이 과하면 겉보기 이상의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할인 폭이 지나치게 크면 품질이 나쁘다는 편견을 부추겨 ‘못난이’ 라벨의 효과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실제로 연구자들이 가격을 20% 선에서 적당히 내렸더니 40%나 60%씩 대폭 할인할 때보다 구매량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못난이’ 라벨은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다. 인간은 보통 사람들이 못생긴 물건을 싫어한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적 결함이 있는 무언가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그런 결함을 최대한 숨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한다고 느끼기 쉽다. ‘임퍼펙트 푸드(Imperfect Foods)’ 같은 식품 브랜드가 ‘비딱이’ ‘개성파 농산물’ 같은 표현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B급’ 같은 애매한 표현은 제품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들이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결함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처럼 ‘못난이’ 라벨은 못생긴 농산물의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론 연구진에 따르면 맛이나 영양가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객관적인 알림 표시도 이 라벨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고객에게 직접 상품에 대해 설명해도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비싼 럭셔리 자동차를 판매할 때는 자세한 내용을 곁들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어떤 토마토를 살지 말지 고민하는 고객에게 미묘한 정보를 많이 전달하기는 어렵다. 심리적 관여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쇼핑 상황에서 농산품을 판매하면서 단시간에 고객에게 추가정보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자세한 설명보다는 간단한 라벨을 사용하는 것이 더 실현 가능한 방법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편견을 솔직히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편견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농산물이 아닌 다른 제품군에서도 이처럼 편견을 수정하는 전략이 유효할지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된다면 동일한 마케팅 전략을 다양한 맥락에서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2021년 11-12월호에 실린 ‘못생긴 상품을 팔려면 그냥 못난이라고 불러라’를 요약한 것 입니다.

다그니 두카치 HBR 에디터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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