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수백 km 공간,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 경쟁 불붙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12-13 03:00:00 수정 2021-12-13 16: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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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민간저궤도개발 후보 기업 발표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달 2일 민간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민간저궤도개발(CLD)’ 프로젝트의 후보 참여 기업 세 곳을 발표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과 지난 10년 동안 1300여 개의 장비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공급한 미국 우주장비 기업 ‘나노랙스’, 미국 방산 기업 ‘노스럽그러먼’ 등 세 곳이다. 이들 기업은 이르면 2024년, 늦어도 2028년 퇴역할 ISS의 뒤를 이어 지구저궤도(LEO)에서 연구와 산업, 관광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우주정거장 개발을 진행한다. 미국은 100∼2000km 상공 지구저궤도를 민간기업과 함께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데니스 스톤 나사 상업용 LEO 프로그램 사무소 프로젝트 책임자는 7일 ‘코리아스페이스포럼 2021’에서 “지구저궤도의 상업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우주시장을 만드는 것이 나사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은 우주를 산업화하고 우주경제를 확대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우주공장·관광지로 확대되는 저구저궤도
고도 2000km 이하의 궤도는 지구와 충분히 가까워 운송이나 통신, 관측에 유리한 궤도 영역이다. 우주인이 거주를 시작한 지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ISS도 지구저궤도인 418∼422km 궤도를 돌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15개국이 운영에 참여하는 ISS는 세계 최대의 우주 실험실로 생물학과 물리학, 화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 놓은 수많은 연구 성과를 쏟아냈다. 최근에는 기업들과 함께 지구와 다른 미세중력(중력이 거의 0인 상태) 환경에서 각종 소재와 신약 연구를 추진하면서 ‘우주공장’으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처음엔 4, 5일에 불과하던 인류의 우주 체류시간은 1년 365일로 늘었고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도 맡고 있다.

민간저궤도개발 프로그램은 그간 정부 주도로 운영하던 ISS를 퇴역시키고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대체한다. 나사는 1단계 개발 사업자로 블루오리진과 나노랙스, 노스럽그러먼을 선정했다. 나노랙스는 이번 1차 계약으로 1억6000만 달러(약 1890억 원), 블루오리진은 1억3000만 달러(약 1530억 원), 노스럽그러먼은 1억2560만 달러(약 1480억 원)를 각각 지원받는다. 나사는 2024년부터 진행할 2단계 사업자는 이 가운데 실제 실현 가능성이 높은 2개 기업과 연장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안에 따르면 세 기업이 각각 구상하는 민간 우주정거장의 용도는 서로 다르다. 나노랙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연구와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스타랩’을 기획하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10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2020년대 말까지 연구와 산업, 관광이 두루 가능한 10인승 규모의 다목적 우주정거장 ‘오비털 리프’를 공개했다. 가장 최근 참여 의사를 밝힌 노스럽그러먼은 시그너스 화물우주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8명의 우주인이 거주할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스톤 책임자는 “이들 민간 우주정거장은 ISS에 도킹도 가능하고 자유롭게 지구저궤도를 돌기도 하는 ‘프리 플라이어’ 방식으로 개발된다”며 “2029, 2030년 정도에는 ISS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사는 이와 별도로 미국의 우주벤처 액시엄스페이스와 퇴역 이후 우주공간에 남을 ISS를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첫 우주정거장 모듈을 발사할 계획이다.

○ 기업 간 경쟁 통해 우주정거장 운영 혁신
나사가 민간 저궤도 개발을 추진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우주정거장 건설과 운용에 기업 간 경쟁을 통한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ISS는 운영에만 연간 30억∼40억 달러(약 3조5400억∼4조7200억 원)가 들어간다. 나사는 민간 우주정거장으로 대체할 경우 10억∼15억 달러(약 1조1800억∼1조7700억 원)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우주자원과 우주공장의 가능성 및 효율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기업들도 우주정거장 건설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간 우주정거장이 건설만 된다면 우주 제조에 나서겠다는 기업과 벤처, 스타트업도 이미 여럿 등장했다.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대형 발사체 개발과 미국의 지구저궤도 상업화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우주경제도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도 이런 지구저궤도 상업화 흐름을 간파하고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톈궁 우주정거장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국)도 2025년 ISS에서 일단 철수하지만 정치적 결정만 내려지면 2030년쯤 로봇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새 우주정거장을 궤도에 올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했다.

마지막 관문은 건설 자재를 싣고 올라갈 발사체 비용이다. 스톤 책임자는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은 100t 이상 화물을 싣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재 운송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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