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 퇴직연금, 16년만에 큰틀 바뀐다
박민우 기자
입력 2021-12-10 03:00:00 수정 2021-12-16 05:58:51
디폴트옵션 담은 개정안 국회 통과…내년 7월부터 DC형에 도입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 안해도 사전 지정된 포트폴리오로 운용
“펀드 등으로 머니무브 가속화할듯”
동아DB내년 7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로 노후 버팀목이 되지 못했던 퇴직연금이 16년 만에 제도 변화를 맞는 것이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던 퇴직연금 자산이 펀드 등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디폴트옵션 도입 등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생애주기펀드(TDF), 혼합형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포트폴리오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운용 도중 포트폴리오 변경도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내년 7월부터 DC형 퇴직연금은 반드시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야 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가입자가 원할 경우 디폴트옵션을 도입할 수 있다.
지금도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직접 펀드 등을 골라 운용할 수 있지만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적립금의 90% 가까이가 예·적금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쏠려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6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260조3000억 원 가운데 86.8%(225조8000억 원)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1~6월) 수익률도 1.47%에 그친다. 반면 올 상반기 실적 배당형(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16.90%에 이른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실적 배당형 상품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올 상반기 퇴직연금에서 실적 배당형이 10조2000억 원 늘어난 반면에 원리금 보장형은 1조2000억 원 줄어 이미 머니 무브가 나타났다”며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이런 기조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7%에 이른다. 특히 미국과 호주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 후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크게 성장했다.
TDF는 가입자가 특정 목표 시점(은퇴 시점)을 정하면 이에 맞춰 국내외 주식과 채권 편입 비율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젊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TDF 투자자의 80% 이상이 연금 관련 투자자들”이라며 “해외 사례를 볼 때 국내 연금 가입자들도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를 가장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자산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펀드 등으로 옮겨갈 경우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 안해도 사전 지정된 포트폴리오로 운용
“펀드 등으로 머니무브 가속화할듯”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디폴트옵션 도입 등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생애주기펀드(TDF), 혼합형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포트폴리오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운용 도중 포트폴리오 변경도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내년 7월부터 DC형 퇴직연금은 반드시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야 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가입자가 원할 경우 디폴트옵션을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1~6월) 수익률도 1.47%에 그친다. 반면 올 상반기 실적 배당형(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16.90%에 이른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실적 배당형 상품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올 상반기 퇴직연금에서 실적 배당형이 10조2000억 원 늘어난 반면에 원리금 보장형은 1조2000억 원 줄어 이미 머니 무브가 나타났다”며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이런 기조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7%에 이른다. 특히 미국과 호주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 후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크게 성장했다.
TDF는 가입자가 특정 목표 시점(은퇴 시점)을 정하면 이에 맞춰 국내외 주식과 채권 편입 비율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젊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TDF 투자자의 80% 이상이 연금 관련 투자자들”이라며 “해외 사례를 볼 때 국내 연금 가입자들도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를 가장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자산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펀드 등으로 옮겨갈 경우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비즈N 탑기사
- 도로에 쏟아진 맥주병…맨손으로 치운 여학생들 (영상)
- ‘만5세 입학’ 논란인데…교육감 단체성명 없는 까닭은?
- 동생 돌봄받는 아기가된 13세 금쪽이…이상행동에 스튜디오도 충격
- “나 돈 많아” 서울 주택가에 2200만원 뿌린 이라크인
- 광장시장 김밥 먹고 댓글엔 하트…CNN ‘韓 가상인간 열풍’ 조명
- “짬뽕값 못 드려 죄송” 뒤늦게 중국집 주인에 빚갚은 시민
- “엄마 나 폰 액정 깨졌어” 메신저 피싱 조직 무더기 검거
- 13억 이어 연금복권…같은 가게서 복권 2번 당첨된 美 행운남
- 강남 한복판 상의탈의男-비키니女, 결국 경찰조사 받는다
- 배슬기, 폭우 피해 근황 “집이 무너지고 있음”
- 한전 상반기 14조 적자…‘연간 30조 적자’ 현실화 되나
- 20개 추석 성수품 공급 1.4배 확대… 가격 작년 수준으로 낮춘다
- 코로나 전보다 3배 뛴 해상·항공운임…정부 “내년 예산에 반영”
- 차 보험료 내린다더니…물폭탄 때문에 물 건너가나
- 스타벅스, 발암물질 나온 ‘서머 캐리백’ 리콜
- 전기차 전용 타이어, 20~30% 비싸도 잘 나갑니다
- 손보업계 ‘물폭탄’… 차량 침수 피해액 사상최대 1300억원 육박
- “한국 전기차도 북미산처럼 세제혜택 달라”…車업계, 美 IRA에 반발
- 피곤해서 마신 커피, 효과 없는 이유 있었네
- 여행 취소하고, 휴가 내고… 수해민 돕는 ‘봉사 릴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