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수익률’ 오명 퇴직연금, 16년만에 큰틀 바뀐다

박민우기자

입력 2021-12-09 17:53 수정 2021-12-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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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담은 개정안 국회 통과
내년 7월부터 DC형에 도입


동아DB

내년 7월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된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로 노후 버팀목이 되지 못했던 퇴직연금이 16년 만에 제도 변화를 맞는 것이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있던 퇴직연금 자산이 펀드 등 투자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디폴트옵션 도입 등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생애주기펀드(TDF), 혼합형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포트폴리오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내년 7월부터 DC형 퇴직연금은 반드시 디폴트옵션을 도입해야 한다.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가입자가 원할 경우 디폴트옵션을 도입할 수 있다.

지금도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직접 펀드 등을 골라 운용할 수 있지만 전문 지식이 없다보니 적립금의 90% 가까이가 예·적금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에 쏠려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6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260조3000억 가운데 86.8%(225조8000억 원)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1~6월) 수익률도 1.47%에 그친다. 반면 올 상반기 실적 배당형(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16.90%에 이른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실적 배당형 상품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민호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부장은 “올 상반기 퇴직연금에서 실적 배당형이 10조2000억 원 늘어난 반면 원리금 보장형은 1조2000억 원 줄어 이미 머니무브가 나타났다”며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이런 기조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일찌감치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 호주 등 연금 선진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7%에 이른다. 특히 미국과 호주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 후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크게 성장했다.

TDF는 가입자가 특정 목표 시점(은퇴 시점)을 정하면 이에 맞춰 국내외 주식과 채권 편입 비율을 알아서 조정해주는 상품이다. 젊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고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TDF 투자자의 80% 이상이 연금 관련 투자자들”이라며 “해외 사례를 볼 때 국내 연금 가입자들도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를 가장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퇴직연금 자산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서 펀드 등으로 옮겨갈 경우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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