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현대차 비방한 유튜버 결국 법정에… 검찰, 불구속 구공판 기소 “벌금형 넘어섰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1-12-07 16:12 수정 2021-12-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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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약식기소 아닌 불구속 기소
‘벌금형 초과 수준’ 징역형 선고 필요 판단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징역형 실형 유력
법조계 “초범 불구 정식기소 이례적”
영상 속 제보자 항소심서 징역 2년 선고… 형량 늘어
현대차 “악의적 국민청원으로 2·3차 가해 받아”
“가짜뉴스 콘텐츠 철퇴” 평가



현대차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유튜버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소송을 당한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에 대해 불구속 구공판 기소 처분을 내렸다. 불구속 구공판은 검찰이 피의자를 불구속한 상태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불구속 구공판 기소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징역형 선고 필요성이 있는 중대사안의 경우 재판을 통한 형량 결정을 재판부에 구하는 처분이다. 보통 징역형 집행유예나 징역형 실형선고 둘 중 하나가 유력한 상황일 때 이뤄지는 처분이라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초범이고 사안이 중대하지 않으면 통상적으로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건도 유사하게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례적으로 정식기소가 이뤄졌다”며 “동영상 공유 채널을 이용해 현대차에 대한 명예훼손을 한 행위에 대해 검찰이 명예훼손 내용과 파급정도, 시간적 지속성과 반복성 등 측면에서 범죄의 중대성이 있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7월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은 제보내용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부당해고와 잘못된 조업관행을 비난하는 영상을 유튜브 오토포스트 채널에 올렸다. 울산공장 차량검수 용역(협력업체 파견직)을 현대차 내부 고발자라고 소개하면서 현대차 공장 품질불량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영상에서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은 제보자를 인터뷰 하면서 현대차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외부인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해당 제보자를 지칭해 ‘현대차 생산 관련 근무를 하다가 해고를 당한 내부 고발자’라는 문구를 자막과 제목에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또한 ‘X쓰레기차’ 등 자극적인 표현을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대차 측은 당시 해당 사안에 대해 악의적인 비방 의도로 봤다. 여기에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은 제보자가 한 말을 이용해 ‘현대차 정규 직원’이 회사에서 생산된 다양한 차종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처럼 비난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영상을 편집했다고 한다.

영상이 논란이 된 후 해당 제보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이 제보자는 내부직원 부당해고 대상자가 아닌 차량 손괴행위가 적발돼 파견계약이 종료된 외부인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협력업체와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영상 속 제보자에 대해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현대차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제보자를 추가로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차가 유튜버를 상대로 실제로 법적 조치에 돌입하면서 업계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작년 11월 9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영상 속 제보자는 범행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 고용 불안을 느끼던 중 실적을 늘려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정식 채용 또는 계약 기간 연장을 위해 저지른 자작극이라고 자백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명예훼손과 재물 손괴, 업무방해 등 관련 내용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말에는 현대차 측에 자필 서신을 보내 혐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인정하기도 했다. 올해 1월 1심 판결 이후에도 현대차에 재차 자필 서신을 보내면서 혐의 내용을 일관되게 인정했다.

지난 1월 울산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해당 제보자에 대해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이어 4월에 열린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이 가볍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제보자에 대한 1심과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재판부 선고 이유에서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에 대한 불구속 구공판 기소결정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인터넷 매체 특성상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등 전파 가능성이 높고 실질적으로 정정보도가 불가능한 점 등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피해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터넷 매체의 유통·전파성 등을 고려하면 사회적 명예훼손 정도가 크고 비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인터넷 매체를 통한 검증되지 않은 허위 콘텐츠 유통이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기업들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임을 재판부가 2번의 판결 과정에서 인정한 것이다.

현대차는 제보가 허위사실임에도 해당 콘텐츠를 제작하고 게재한 오토포스트 채널에 대해 지난해 11월 ‘허위사실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지난 1월에는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한다. 해당 형사 고소 건이 불구속 구공판으로 기소처분되면서 민사소송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은 현대차로부터 소송을 당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불법 행위 당사자가 진실은 왜곡한 채 피해를 입은 현대차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정의의 사도이자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를 하면서 오히려 국민청원을 거짓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형식으로 현대차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이고 잘못된 내용이 담긴 영상 등으로 지속적으로 2차, 3차 피해를 입고 있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해 법적인 대응을 추진한 것으로 법리 이전에 상식에 속하는 문제마저 외면한 처사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오토포스트 전 편집장에 대해 불구속 구공판 기소처분을 내린 것은 가짜뉴스 배포나 무책임한 보도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려는 이른바 ‘어그로’ 콘텐츠에 대해 일침을 놓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건으로 평가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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