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부족에… 국산차 ‘10만대 클럽’ 명맥 5년만에 끊긴다

변종국 기자

입력 2021-12-06 03:00 수정 2021-12-0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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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까지 ‘포터’ 8만4585대 1위, 그랜저 카니발 판매량 뒤이어
‘보복 소비’ 늘었지만 제때 생산못해… 1~10월 내수 판매량 15만대 줄어
“오미크론 확산땐 부품난 재연 우려”, 협력사-산업계 전반에 악영향



국내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 팔린 자동차를 뜻하는 ‘10만 대 클럽’ 명맥이 5년 만에 끊길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나타난 ‘보복 소비(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분출하는 방식의 소비)’ 영향으로 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글로벌 반도체 및 부품 수급난으로 차를 제때 생산하지 못해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반도체 수급난은 1년여가 지난 지금도 회복되지 않았고, 오미크론 변이 등에 따른 변수도 불거져 내년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자동차 판매 감소는 자동차 회사는 물론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들에도 영향을 준다.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 및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1∼11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8만4585대가 팔린 현대차 트럭 ‘포터’였다. 이어 현대차 그랜저(8만1344대) 기아 카니발(6만7884대)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현대차의 공장 가동 현황을 감안하면 포터와 그랜저가 올해 누적 판매 10만 대를 넘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2000년 이후 2003년, 2004년, 2013년, 2016년 등 4차례를 제외하면 매년 10만 대 클럽 차량이 나왔다. 4차례 모두 경기 부진, 파업 등이 영향을 미친 경우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및 부품 수급 차질이 발목을 잡았다. 동남아시아 등의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들이 코로나로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 차질을 겪으면서 ‘부품 수급 불안정→차량 생산 차질→차량 인도 지연’이라는 악순환을 만들어 냈다.


올해 1∼10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누적 내수 판매량은 총 118만6627대로 지난해보다 약 15만 대가 줄었다.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5개 완성차 모두 올해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코로나 상황이 정점이었던 지난해보다 차량이 덜 팔린 것이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차량 인수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량이 가장 많은 현대차·기아의 경우 새 차를 주문한 뒤 받는 데까지 모델에 따라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 승용차 중 가장 잘 팔리는 그랜저의 경우 생산 라인이 있는 현대차 아산공장이 반도체 품귀 현상 등으로 공장 가동을 여러 차례 중단한 영향이 크다.

문제는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데 있다. 올 초만 해도 반도체 수급이 다소 어렵긴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움츠렸던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데 따른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반도체 수급도 수개월 내에 좋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이 풀리지 않으면서 3분기(7∼9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판매량이 38만 대로 지난해 3분기(45만 대)보다 15% 줄었다. 부품이 부족해 주말 특근을 대폭 줄이고 일부 공장에서는 차량 생산 없이 빈 컨베이어벨트를 돌리기도 했다.

차량 판매 부진 여파는 부품 업계로 번지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사 대표는 “700여 곳에 달하던 국내 1차 협력사 중 몇몇 회사들은 문을 닫았다. 임금 등 고정비가 늘고 전기차 전환 투자도 벅찬데 생산 및 판매가 줄어들어 큰일”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상황이 나아지기도 쉽지 않다.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은 “오미크론 변이가 또 한 번 동남아를 강타하면 부품난이 심각해질 것이다. 당분간 인기 차종 위주로 생산하는 식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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