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에도 테니스 라켓 쥐고…“치고나면 날아갈듯 즐거워”
양종구기자
입력 2021-12-04 14:00:00 수정 2021-12-04 14:00:00


“축구선수를 한 아버지와 형의 피를 받아서인지 어릴 때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었어요. 축구와 농구 등 하는 것마다 잘했죠. 부산 동래중학교에서 연식정구를 시작했습니다. 축구선수도 같이 했습니다. 축구 명문 동래고에 가서도 축구와 연식정구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대학에 가면서는 축구를 그만 두고 테니스에 집중했죠. 주변에서 단체 종목보다는 개인종목을 하는 게 더 유망하다고 조언해줬어요.”

김 이사장이 테니스와 인연을 맺은 이유가 재밌다. 동래고 2학년 때 ‘서울 구경’을 이유로 연식정구에서 테니스로 바꾼 것이다.
“중학교 2학년부터 연식정구를 시작했습니다. 고교 2학년 때인 1958년 전국체전 부산 예선에서 3학년 형들에게 져서 탈락했습니다. 당시 서울은 외국만큼 가고 싶은 곳이었죠. 그해 서울에서 전국체전이 열렸어요. 한 지도자 선배가 ‘그럼 테니스로 바꿔라. 팀이 별로 없기 때문에 등록만하면 나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국체전을 한 달 남기고 테니스로 바꿨습니다.”

1971년 한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마친 김 이사장은 은행직원, 사업가, 스포츠 행정가 등을 거치면서도 테니스 라켓을 놓지 않았다. 그는 “테니스는 할수록 매력적인 스포츠다. 건강을 지켜주는 데다 테니스로 만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은행 다니고 있는데 부산에서 사업하는 고교 4년 선배가 테니스공을 만든다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주말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 만든 공을 직접 쳐보면서 무게, 탄성 등을 평가해줬어요. 레오파드란 테니스공을 만들었죠. 선배가 테니스공 판매할 사람이 없다고 저에게 총판을 맡겼죠. 그래서 은행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두환’ 이름 석자로 사업을 했죠. 당시 테니스는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들이 많이 쳤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이 참 많이 도와줬습니다.”

“협회 예산이 3200만 원밖에 없었어요. 전국대회 한번 치르면 2500만 원이나 들었죠. 어쩔 수 없이 자립기금을 모아야 했죠. 이런 우리의 노력이 언론을 타면서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게 됐고 두둑한 지원금을 받게 됐습니다.”
8년간 22억 원의 테니스 발전 기금을 적립하고 물러났다. 그는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회장(2004~2009년, 2012~2015년)으로 노인테니스 발전에도 힘을 보탰다. 김 이사장은 현재 고 장호 홍종문 선생이 만든 장호테니스재단을 4년째 이끌며 유소년테니스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호테니스재단은 ‘장호홍종문배주니어테니스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유소년테니스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테니스나 탁구, 배드민턴 등 개인 종목은 선수생활을 한 뒤에도 계속 운동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구나 축구 등 단체 종목은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그 종목을 계속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사람들이 모여야 하니까요. 테니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입니다.”
김 이사장은 주 1~2회 지인들과 테니스를 친다. 한번에 2시간에서 3시간. 요즘도 50대 60대와 ‘맞짱’을 뜬다. 20세 이상 차이가 나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아마추어테니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대부분 복식이나 혼합복식 게임을 한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테니스 친구들’과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다.

김 이사장은 골프도 주 1회 친다. 겨울엔 스키도 탔지만 이젠 위험해 그만뒀다. 이렇게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기 위해 매일 집 근처 서울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언덕길을 걸으며 체력도 키운다. 그는 “그래도 테니스가 가장 좋다. 힘닿는 데까지 치다 테니스코트에서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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