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고가주택 기준, 갈수록 복잡해진다

황재성기자

입력 2021-12-03 11:26:00 수정 2021-12-03 11: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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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국회가 2일(어제) 밤 본회의를 열고 ‘고가주택’의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12억 원 이하인 경우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고가주택’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세금 부과나 금융기관 대출, 부동산수수료 산정 등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고가주택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금액 산정기준도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으로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부추긴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집값 고공행진으로 고가주택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정부가 조정작업을 외면하면서 비롯됐다. 여기에 표를 의식한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일회성으로 관련법을 마구잡이로 손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범 정부적인 협의를 통해 고가주택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양도세 고가주택 9억→12억 원으로 상향



사진 뉴스1
국회는 2일 밤 본회의를 열고 소득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법률안 89조 1항 제3호 및 제4호에 따라 고가주택 및 고가 조합원입주권의 기준금액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조합원입주권의 대체주택에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의 정비사업도 포함됐다. 대체주택은 일시적 2주택 비과세와 비슷한 개념인데 그동안 재건축이나 재개발에만 해당됐다.

이런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따라서 법이 언제 공포·시행될지는 국무회의 개최 상황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국무회의가 주 1회 개최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양도세를 부과할 때 양도시점은 잔금일 또는 등기접수일 기준이다. 따라서 12억 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로서 집을 팔기 위한 계약을 이미 맺었다면 잔금시점을 이달 중순 이후로 늦추는 게 현명한 절세 방법이다.

● 뒤죽박죽 고가주택 기준…산정기준도 실거래가와 공시지가로 달라


사진 뉴스1
이번 조치로 2008년 이후 13년째 유지돼왔던 고가주택 기준이 바뀌게 됐다. 하지만 고가주택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세금을 부과하거나 대출 규제를 할 때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이 제각각인 탓이다.

우선 최근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은 11억 원이다. 이마저도 정부가 집값 급등에 따라 과세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해 올해 9월7일 전격적으로 기준금액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결과다.

게다가 양도세 과세 기준이 되는 12억 원은 실거래가를, 종부세 기준인 11억 원은 공시가격을 각각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어서 혼란을 일으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실거래가 반영 비율)은 70,2%다. 이를 적용하면 양도세 기준은 8억424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간다.

부동산 중개보수를 산정할 때 적용되는 고가주택 기준은 올해 9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높여졌다. 15억 원 이상의 주택을 매매할 경우, 최고요율 0.7%을 적용받는 것이다. 이 역시 실거래가 기준이어서 종부세 과세기준(11억 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에 배정하는 아파트 특별공급 기준도 9억 원이다. 이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2018년 신설된 규정이다. 당시 소득세법의 ‘고가주택’ 기준을 참고해 설정된 규정이다.

대출규제에선 실거래가 9억 원 초과분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아진다.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살 때 실거래가 9억 원 이하면 LTV 40%, 9억 원 초과분부터는 20%가 각각 적용된다.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대출이 아예 금지돼 있다.

● 고가주택 기준 통일하고 현실화 필요




이같은 혼란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고가주택 기준이 2008년 정해진 뒤 13년이 흐르면서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식통계로 보는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065만 원. 민간업체인 KB부동산 기준으로는 12억1639만 원이다. 이미 서울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 기준으로 12억 원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이처럼 집값이 치솟자 고가주택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지만 정부는 고가주택 기준 상향이 ‘부자 감세’라는 평가와 정치적인 역풍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조정 작업을 외면해왔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 고가주택 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 없이 각개전투 식으로 수정에 나서면서 혼란을 키웠다. 종부세 기준 상향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득세법의 고가주택 기준이 오르는 만큼 나머지 고가기준 주택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고가주택 기준이 2008년 소득세법에 따라 9억 원으로 정해서 사용했던 전례를 비춰볼 때 12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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