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거나 월세 올리거나”…‘종부세 폭탄’ 맞은 63세 할머니의 호소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12-01 11:27:00 수정 2021-12-01 12:42:57

지난달 94만 7000여 명에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고지됐다. 급등한 세금에 ‘종부세 폭탄’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상위 2%만 내는 세금’이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가 국민 2%에 속하는 부자입니까?’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현재 28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63세 할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비싼 것 안 먹고 비싼 옷 안 입고 늘 절약이 몸에 밸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모았다”며 “노후를 생각해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악착같이 모으고 또 모아 경기도 용인시 쪽에 겨우 집 두 채를 장만해 놓고 나니 어느덧 내 나이가 되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청원인에 따르면 청원인 부부는 현재 거주하는 집으로 주택연금을 신청해 월 81만 원을 받고, 다른 한 채에서 월세 90만 원, 부부 국민연금 합계금 100만 원을 포함해 약 270만 원으로 한 달을 생활하고 있다.
그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고 두 늙은이의 병원비 및 손주 간식 정도 사주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며 “그런데 갑자기 작년에는 월세가 수입이라면서 소득세를 내라고 하더니 며칠 전에는 국민의 2%만 해당된다는 종부세를 110만 원이나 내라고 고지서가 날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집 두 채라고 해 봐야 모두 합해서 공시지가 8억 2000만 원이다. 그것도 올해 갑자기 집값이 올라서 그렇지 작년까지만 해도 두 채 합해서 5억 정도 되던 집”이라며 “이러한 제가 국민 부유층 2% 맞느냐”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소득도 없는 늙은이가 무슨 돈이 있길래 재산세 내라, 소득세 내라, 하다 하다 말로만 듣던 부자세인 종부세까지 내란 말인가”라며 “전세로 20억, 30억 하는 집에 사는 사람들도 수두룩 하다던데 그 사람들은 세입자라는 이유로 종부세를 안 내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왜 들까. 젊어서 열심히 산 죄인가”라며 “식당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어도 나이가 많다며 면접 자체를 거절당하는 나이가 됐는데 어디서 돈을 벌어서 세금을 가져다 바치나”라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세금을 해결할 방안으로 ‘이혼’과 ‘월세 인상’ 카드를 내밀었다. 그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두 늙은이가 집 한 채씩 나눠 갖고 이혼하면 깨끗하게 해결되겠더라”며 “국가가 행복하게 노년을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정파탄을 야기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돈 나올 데라고는 집세밖에 없으니 월세를 그만큼 더 올릴 수밖에 없다”며 “저도 젊어서 방 한 칸 남의 집 셋방살이부터 시작해 그 심정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6년을 살아도 세를 올리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살아남아야겠기에 본의 아니게 이번에는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게 생겼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렇듯 내 마음이 짠하고 편하지 않은데 우리 세입자는 어디에다가 하소연하라고 하시겠는가”라며 “과연 저 같은 사람이 국민 2%인가. 어떻게 제가 2% 안에 있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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