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애진]“17년간 정책 따랐는데 종부세 500배” 다주택자의 눈물
주애진 기자
입력 2021-12-01 03:00 수정 2021-12-01 12:43
주애진·경제부
“17년간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했는데 속은 기분이에요.”
올해 500배로 뛴 1억 원짜리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은 A 씨(59·여)는 29일 기자와 통화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서울에 소형 아파트 5채를 가진, 정부가 죄악시하는 다주택자다. 이 아파트를 임대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모두 임대등록이 말소됐다. 종합부동산세는 작년 20만 원에서 올해 1억 원(농어촌특별세 포함)으로 껑충 뛰었다.
자영업자였던 A 씨는 2000년경 노후 대비를 위해 아파트 2채를 사서 임대를 시작했다. 2005년 정부는 8·31부동산대책에서 주택임대등록사업자의 요건을 5채 이상으로 강화했다. A 씨는 고민 끝에 친척들에게 돈까지 빌려 3채를 더 매입했다. 떳떳하게 등록하고 세제 혜택도 받으며 임대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후 10년 넘게 임대하다 2017년 12월 준공공임대(8년 이상)로 변경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에서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70%까지 적용해준다며 등록을 적극 장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작년 7·10대책 때 임대등록 대상에서 아파트를 제외시켰다. A 씨 소유 아파트 5채는 등록이 말소됐는데 재등록을 할 수 없게 됐다. 왜 아파트를 팔지 못했느냐는 핀잔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모두 오래된 아파트인데 그중 3채는 지난해 단지 내 재건축조합이 설립됐다. 작년 6·17대책에서 2년 이상 거주한 사람만 재건축 분양 신청을 허용하면서 많은 단지가 새 법 시행 전 서둘러 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합 설립 후에는 매매가 제한된다. 나머지 2채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대기간이 많이 남아 매각이 잘 안 되고 있다.
A 씨는 “2005년 이후 임대주택을 한 번도 팔거나 산 적 없다. 이 정부에서 집값 오른 거랑 아무 상관없는데 왜 제가 적폐가 됐느냐”고 하소연했다. “도둑질한 것도 아니고 안 쉬고 뼈 빠지게 일해서 모은 돈으로 임대사업을 한 건데 정부가 2% 운운하니까 너무 억울하다”고도 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급증한 것을 두고 “국민 2%만 내는 세금” “얼마든 피할 수 있었다”며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2%에는 A 씨처럼 국가 정책을 잘 따르다 피해를 본 사람도 포함된다. 세금은 한 사람이 내더라도 엄격한 원칙에 맞게 부과해야 한다. 그게 세금을 받아서 쓰는 정부가 가져야 할 자세다.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는 ‘한국판 뉴딜’과 ‘K방역’ 정책을 가능하게 한 재원이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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