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젠 시음회도 ‘내 방’에서…글렌고인 ‘비대면 시음회’ 성료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11-30 17:43 수정 2021-12-0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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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진행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고인(Glengoyne)’ 온라인 시음회 모습.

“10년은 가벼운 스피릿, 12년은 달달한 사과쨈을 바른 빵, 18년은 피니시가 긴 훈제 육포 같다.”

지난 28일 오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고인(Glengoyne)’ 시음회에서 한 참가자가 10년, 12년, 18년 3종을 음용한 후 내린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행사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됐다. 직접 맛을 봐야하는 시음회는 비대면 전환이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해결책은 오히려 간단했다.

글렌고인을 수입·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이색 시음회를 준비했다.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았고, 신청자 2400명 중 100명(경쟁률 24대 1)을 추첨해 글렌고인 시음 키트를 배송으로 전달했다. 키트에는 글렌고인 10년, 12년, 18년 미니어처와 전용잔, 안줏거리, 글렌고인 테이스팅 노트가 포함됐다.

롯데칠성음료는 미성년자 참가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성인인증 후 참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진행했다. 이후 선정된 참가자들로부터 개인정보수집 동의를 받아 신원 확인을 진행했다.

시음회는 SBS 팟캐스트 ‘말술남녀’와의 협업으로 진행됐고, 관계자를 포함해 약 70명이 참여했다. ‘말술남녀’ 패널들이 간단하게 글렌고인의 역사를 소개했고, 글렌고인 증류소 랜선투어까지 제공하면서 이른바 ‘위린이(위스키+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롯데칠성음료가 글렌고인 온라인 시음회 참가자들에게 전달한 키트. 글렌고인 10년, 12년, 18년 미니어처와 전용잔, 안줏거리, 글렌고인 테이스팅 노트가 포함됐다.


“제공된 안줏거리 향이 너무 강해 위스키 향을 덮네요.”
“그러면 전 뜯지 않겠어요. 정보 감사해요.”


온라인으로 진행되다보니 어색한 분위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카메라 화면을 켜고, 서로를 마주보면서 채팅을 나눴다. ‘말술남녀’의 기존 시청자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들이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진행에 능숙한 ‘말술남녀’ 패널들이 채팅을 모니터링하고 언급하면서 양방향 소통도 매끄럽게 이뤄졌다.

시음회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1시간가량 위스키 관련 설명이 끝난 후 본격적인 시음 순서가 되자 참가자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기다리다 지쳐 ‘마중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시음 키트에는 글렌고인 10년, 12년, 18년 미니어처와 전용잔이 함께 제공돼 만족도를 높였다. 사진=독자 제공(네이버 블로그 snail's nail를 운영 중인 ‘주량드보통’님 제공)

시음회는 12년부터 10년, 18년 순서로 진행됐다. 시음 이후엔 글렌고인과 탐듀, 스카치블루 등 다른 위스키를 비교해보는 시간이 이어져 특별함을 더했다. 다만 글렌고인 21년이나 레거시 같은 다른 글렌고인 제품과 비교하면서 글렌고인 브랜드가 가진 매력을 전하는 방식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글렌고인 10년, 12년, 18년은 각각의 매력으로 참가자들의 입을 사로잡았다. 특히 주목을 받은 건 10년이다. 유일하게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시음회 반응을 바탕으로 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말술남녀’ 패널들과 참가자들은 사과 브랜디 같은 맛(Palate)과 부드러운 피니시(Finish·끝맛)를 느낄 수 있고, 10년 숙성인 만큼 가성비가 좋을 것으로 예상돼 입문자에게 제격인 위스키라고 호평했다.

이밖에도 글렌고인 12년은 바닐라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도 라이트하고 상쾌한 매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18년은 스모키와 오크 향(Nose)이 같이 느껴지면서도 묵직한 바디감을 자랑해 패널과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소비자들이 각자 편하게 느끼는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과 자유롭게 위스키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시음회 영상도 ‘말술남녀’ 팟캐스트 채널에 12월 15일과 17일 두 차례로 나눠 업로드할 예정이다. 아쉽게 시음회에 참여하지 못한 신청자들이나, 제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시음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시음회로 모인 참가비(1인당 1만 원)가 기부에 활용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롯데칠성음료는 참가비를 참가자 본인 명의로 대한적십자회에 전달 완료했다고 전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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