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탄소중립 목표’ 현실 외면”… 中企, 비용 부담에 비상 상황

박성진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1-11-30 03:00:00 수정 2021-11-30 10: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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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쪼그라든 ‘中企 운동장’]〈2〉中企에 강요되는 ‘탄소중립’ 정책
친환경 보일러 사용시 단가 30%↑… 中企,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고민’
비용증가-제품 경쟁력 약화 우려…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지원책 시급”



부산 사하구 한 공단의 염색 가공업체들은 최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한 이후 비상이 걸렸다. 이 업체들은 석탄 보일러로 공단 내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며 전기와 열을 얻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공장 가동을 줄여야만 한다.

50여 곳의 대표들이 모여 논의한 끝에 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교체 비용만 최소 350억 원에 이르렀다. 업체당 약 7억 원씩은 부담해야 하는 셈이어서 계획은 무기한 보류됐다.

○ 탄소중립 목표에 비상 걸린 中企


부산 사하구 공단에 입주한 동진다이닝 김병수 대표는 “친환경 보일러를 사용하면 생산 단가가 30%가량 증가하고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정부가 이상적인 정책 목표만 내세울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과제는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공식 발표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보다 40% 줄이겠다는 목표다. 기존 목표치는 26.3%였다. 중소기업 다수가 포진해 있는 산업 부문에서는 기존 6.4%에서 14.5%로 감축 목표를 높였다.

탄소중립 정책 실현을 위한 작업은 법제화 작업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9월 24일에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됐다. 중소기업계는 이후 순차적인 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비용 걱정에 현황 파악도 못해


문제는 국내 사업체 수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관련 정책에 발맞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탄소배출과 밀접한 제조중소기업 1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4%가 대응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추가적인 비용 증가(54%)와 이에 따른 주력 제품 경쟁력 약화(11%)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감안한 지원책 마련도 늦어지고 있다.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개별 중소기업의 탄소배출 현황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 안산의 한 폴리염화비닐(PVC) 업체 대표는 “지방자체단체에서 탄소배출량 파악을 위한 진단을 받으라는 공문을 받은 적이 있지만 비용이 걱정돼 신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시설 지원 및 투자세액공제 확대,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등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석회석, 유리 등 탄소가 포함된 원료를 사용하는 비금속 업종은 대체원료 개발 없이는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한 ‘업종별 맞춤형 정책’도 필요하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전통 제조업 위주인 중기 현실을 감안한 기업규모별 단계적인 정책 시행이 필수”라며 “중기 탈탄소경영을 촉진하기 위한 관련 법의 국회 통과도 시급하다”고 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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