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체투자株? 리비안 앞에 놓인 과제

뉴욕=강지남 통신원

입력 2021-11-28 10:09:00 수정 2021-11-28 10: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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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타사 출시 예정 전기 픽업트럭 수두룩…
“모멘텀 아닌 진짜 실력 입증해야”


전기차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리비안. [사진 제공 · 리비안]
아직 일반 고객에게 차량 1대도 인도하지 않은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이 기업공개를 하자마자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사로 등극했다. 11월 10일 나스닥 상장 후 닷새 만에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뛴 172달러를 기록해 시총이 1467억 달러(약 175조 원)로 치솟았다. 테슬라(1조 달러)와 도요타(3000억 달러) 다음이자, 유럽 최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1390억 달러)을 추월한 규모였다.

하지만 11월 22일 완성차업체 포드가 리비안과 전기차를 공동개발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면서 리비안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6%나 빠져 107달러에 거래됐다. 포드는 2019년 리비안에 5억 달러(약 59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포드는 리비안 지분 12%를 보유 중이며, 아마존과 함께 주요 주주로 꼽힌다. 그런데 리비안이 주력으로 삼는 전기·픽업트럭이 포드가 내년 출시 예정인 전기차 F150 라이트닝 수요층과 겹치면서 문제가 됐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리비안에 투자하고 싶고 그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이 시점에 우리는 자사 차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리비안의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순위는 6위로 내려앉았다. 11월 24일(현지시각) 리비안 주가는 소폭 상승해 114.85달러에 마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기차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세상 주식’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업계, 전기차 ETF(상장지수편드) 등에 많은 자금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고급 세단형 전기차를 고객에게 배송하기 시작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의 주가도 3개월 사이 90%가량 뛰었다.

리비안은 시장 이목을 끌 만한 이슈를 가지고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우선 아마존이 리비안의 주요 투자자이자 고객이다. 아마존은 2019년부터 리비안에 투자하기 시작해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10월 28일 기준). 또 리비안에 배달용 전기 밴(Van) 10만 대를 주문했다. 이러한 지원군 덕에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로 여겨진다. 미국 CNN은 리비안 투자 열풍에 대해 “10년 전 테슬라 투자 기회를 놓쳤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리비안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촌평했다.


2018년 LA 오토쇼에서 화려한 데뷔


리비안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 RJ 스카린지(맨 앞)와 가족. [사진 제공 · 리비안]
리비안 창업주이자 CEO는 1983년생 RJ 스카린지다. 어려서부터 자동차광이던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오토모티브 랩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9년 메인스트림 모토스를 창업했다. 첫 도전작은 전기 스포츠카였다. MIT 재학 시절 자신이 사랑하는 자동차가 환경오염 및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점을 깨닫고, 전기차 분야에 투신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2011년 말 스카린지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전기 픽업트럭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사명(社名)도 리비안으로 바꿨다. 10대 시절 플로리다에서 배를 젓곤 했던 인디언 강에서 따온 이름이다.

리비안이 업계에 이름을 알린 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8년 로스앤젤레스 오토쇼에서였다. 리비안은 남성적인 견고한 디자인의 픽업트럭 R1T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포브스’가 “이번 오토쇼의 화제는 메르세데츠 벤츠, 포르세, BMW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리비안이 만들었다”고 호평했을 정도다. 미국에선 픽업트럭과 SUV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 차종은 차체가 무겁고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 전기차 전환이 거의 시도되지 않았다. 이 미지 영역을 파고든 리비안의 틈새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이후 나스닥의 샛별이 된 현재까지 리비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토쇼를 계기로 아마존, 포드 등 굵직한 투자자를 유치했고, 일리노이주 노멀에 있는 옛 미쓰비시 공장을 인수해 첫 생산라인을 마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돼 R1T 양산은 9월 시작됐다. 10월 말 기준 R1T 156대를 생산해 거의 다 내부 직원에게 인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배송은 조만간 개시된다. 또한 연말부터 R1S를 양산한다. 리비안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미국, 캐나다에서 접수된 R1T 및 R1S 예약 대수가 5만4000대라고 한다.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은 우선 제조시설 확충에 투입될 예정이다. 리비안은 2023년 말까지 유럽에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아마존이 주문한 전기 밴 10만 대는 2025년까지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친화적’ 브랜드를 분명하게 지향한다는 것은 리비안이 여타 전기차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리비안의 슬로건은 ‘지구를 위한 자동차(Vehicles made for the planet)’. 리비안 홈페이지 첫 화면은 눈 덮인 거대한 산봉우리 사진에 ‘자연을 보존한다. 영원히(Preserving the natural world. Forever)’라는 문구로 꾸며져 있어, 기능이나 디자인을 내세우는 여느 자동차 회사와 사뭇 다르다. 스카린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목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 베니스비치에 마련한 첫 매장도 옛 발전소를 재생한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매장에는 전문가와 함께 하는 정원 가꾸기 프로그램, 나무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든 야외 놀이터 등이 구비됐다. 리비안은 차량 시트 등에 비건 가죽을 사용하고, 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태양열 저장장치로 재생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픽업트럭도 경쟁 과열 우려



리비안 제조 공장 내부 모습. [사진 제공 · 리비안]
주식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후 리비안에 던져진 당면 과제는 진짜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선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전기 픽업트럭 R1T가 고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단 반응은 호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동차잡지 ‘모토트렌드’는 “R1T가 3.2초 만에 60mph(시간당 마일)에 도달했다”며 “우리가 몰아본 가장 빠른 픽업트럭”이라고 평가했다. “힘이 좋고 편안하며 도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최고 성능을 발휘했다”고도 덧붙였다. 생산 속도를 높이고 빨리 안정화해 고객에게 차질 없이 차량을 인도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리비안 측에 따르면 노멀 공장의 생산량은 하루 1.5대 정도로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배터리 조립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안감을 야기하기도 했다.

앞으로 출시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과 SUV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은 신생 브랜드 리비안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주문이 50만 대인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연말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역시 전기 픽업트럭인 GM의 GMC 허머 EV, 포드의 F-150 라이트닝도 곧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의 브랜드 파워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최소 6만7500달러(약 8000만 원)인 R1T보다 2만 달러 이상 저렴한 4만 달러(약 4750만 원)대다.

아직 성과를 보여준 적 없는 ‘신생’ 리비안의 시장가치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은 거품에 지나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비단 리비안뿐 아니라 전기차 관련 투자는 각 기업의 현 실적보다 향후 성장에 베팅하는 것이라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월스트리트 증시 전문가 데이비드 트레이너는 리비안이 기업공개 직전 평가받은 520억 달러(약 61조8280억 원) 가치가 “과도하다”고 일갈한 바 있다. 520억 달러는 리비안이 2030년 차량 200만 대를 판매할 것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지난 12개월간 생산된 테슬라 차량의 2.5배 수준이다. 미국 CNBC ‘매드 머니’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아마존을 빼놓고 거의 모든 기업이 고꾸라진 1999년 닷컴 버블 당시를 기억해야 한다”며 “회사나 기술이 아닌 모멘텀에 판돈을 걸 때는 일찍, 그리고 자주 이익을 실현하는 편이 낫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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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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