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이 만든 세계최초의 법, 시총 5000조 애플·구글 통제할 수 있을까 [김도형 기자의 휴일IT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1-11-27 16:00 수정 2021-11-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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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IT담], 오늘은 구글과 애플이 한국에서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된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각기 앱스토어(애플)와 플레이스토어(구글)라는 이름의 앱 장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앱 개발자들이 만든 앱을 일반 이용자들은 이를 스마트폰에 내려받아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공간입니다.

‘앱 생태계’라는 개념을 만들면서 이런 혁신을 앞장서서 이끌었던 애플, 그리고 범용성이 큰 안드로이드 체제를 기반으로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해 온 구글은 현재의 스마트폰 시대를 만들어 온 초거대 기업이라고 할만 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있는 애플과 3~4위를 오가고 있는 구글(세계최대 석유기업 아람코와 비슷합니다)의 시가총액을 더하면 5000조 원이 훌쩍 넘는데요.

한국에서는 올해 이런 초거대 기업들이 인앱결제를 통해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 세계 최초로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압박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두 공룡 기업이 쉽사리 물러서는 모양새는 아닙니다.

● ‘인앱결제’가 뭐길래…
인앱결제는 앱을 이용하면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 장터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해야 하는 정책을 뜻합니다.

애플과 구글 등의 앱 장터 사업자는 그동안 모바일 게임 앱 등에 결제 방식을 강제하면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 왔습니다.

게임 이용자가 10만 원을 결제하면 이 가운데 3만 원은 앱 장터 사업자가 가져간다는 뜻이니 누군가는 ‘통행세’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구글의 앱 장터 ‘플레이스토어’


물론 앱을 통한 모든 결제에 이런 구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실물 상품이나 서비스 결제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앱을 통해서 옷이나 항공권을 구매할 때 앱 장터 사업자가 수수료를 떼 가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은 디지털 재화에 한정됩니다. 게임 아이템 결제나 음원 구입 등에서만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 구글, 30% 수수료 방침 정하며 곳곳에서 반발
앱 장터 사업자가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일부 결제에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를 일반 이용자들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서비스에 따른 총액을 결제할 뿐, 그 결제금액을 앱 장터 사업자와 앱 개발자가 어떻게 나눠 갖는지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큰 논란으로 불거진 것은 구글이 지난해 9월 수수료 확대 적용 방침을 밝히면서였습니다.

모바일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 의무화와 수수료 30% 부과 조치를 애플처럼 웹툰, 영상, 음원 등 모든 콘텐츠 앱 서비스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보기술(IT) 업체와 창작자 등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는데요. 중소 앱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고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등이 제기됐습니다.

● 올해 한국에서 통과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애플과 구글은 30%의 수수료율을 최대치로 하되 다양한 종류의 수수료 정책을 활용해 왔습니다.

게임 아이템 결제와 음악 스트리밍 결제의 수수료율을 서로 다르게 한다거나 연간 매출이 일정액 이하인 중소 개발사에 대해서는 우대 정책을 펴는 등의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구글도 수수료를 기존보다 확대하는 정책을 공식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가장 먼저 법적인 방식으로 여기에 대응한 것이 바로 한국입니다.

올해 8월 말에 국회가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인데요.


애플의 앱 장터 ‘앱스토어’


이 법의 핵심은 구글과 애플 같은 앱 장터 사업자가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두 글로벌 기업이 인앱결제에서 수수료를 매긴다고 하니 외부결제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높은 비율의 수수료 부과를 피해갈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한 셈입니다.

● 처벌규정도 마련했지만… 만만치 않은 ‘공룡기업’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조승래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미국과 유럽도 빅테크의 독점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를 받은 것인데요.

9월부터 법안이 실제로 시행되면서 정부는 후속조치 마련에도 나섰습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들이 자사 인앱결제 등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다가 적발되면 매출액의 2%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회와 정부의 ‘장군’을 받아치는 초거대 기업의 ‘멍군’이 그리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IT 업계의 분석입니다.

● 외부결제에서 수수료 ‘4% 인하’ 방안 내놓은 구글
실제로 구글은 수수료율을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습인데요.

방통위는 지난 4일 “구글이 새로운 법안 준수를 위해 제3자 결제를 앱 내에서 허용하고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을 찾은 윌슨 화이트 구글플레이 글로벌 정책부문 총괄이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약속했다는 것인데요.

외부결제가 허용된다는 점을 안내한 구글이 예시로 제시한 결제 화면 예시


문제는 이날 구글이 개발자들에게 공지한 외부결제 수수료율입니다.

구글은 외부결제에 대한 수수료를 자사 수수료보다 4%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항목별로 10∼30%인 결제 수수료는 외부결제 시 6∼26%로 인하됩니다.

얼핏 보면 구글이 앱 외부결제도 허용하고 외부결제에서는 수수료율도 낮춘다고 하니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데… 상황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 외부결제도 ‘4% 인하’만 해주고 나머지 수수료 받겠다는 구글
IT 업계에서는 앱 장터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고 외부결제가 허용되면 이 외부결제는 당연히 구글의 수수료로부터는 자유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경우도 적지 않았을 듯 합니다.

하지만 구글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구글은 인앱결제 외에 원한다면 개발자가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을 마련을 허용하되 여기서도 자신들이 수수료를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개발자가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에도 비용이 들어가니 ‘4%포인트’를 깎아주겠다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10~30%수준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인데요.

IT 업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앱 개발자가 인앱결제 외에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이유가 거의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4%포인트’의 차이 안에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 구축·운영 비용을 감당해야 할뿐더러 이용자가 구글 인앱결제가 아닌 다른 결제를 활용하게 하려면 조금이라도 싼 가격표를 내밀어야 할텐데 4%포인트로 차이로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구글 “안드로이드 체제 무료 운영과 보안, 앱 배포 등에 비용 든다”
구글이 사실상 ‘꼼수’를 쓴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4%포인트 인하된 외부결제 수수료 징수’ 방침을 안내를 하면서 구글이 밝힌 ‘왜 앱 장터에서 수수료를 받아야 하느냐’에 대한 설명을 함께 볼 필요가 있는데요.

구글은 자신들이 △안드로이드 및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구축·제공하고 있으며 △보안성과 최적화된 앱 배포 기술, 개발자에게 필요한 각종 도구와 결제 시스템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앱 개발자들은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를 통해서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쉬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당연히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이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 외부결제 허용하겠다는데 수수료율 강제할 수 있을까?
이번 법 개정의 취지에는 앱 장터 사업자의 과도한 수수료 징수를 막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개정된 법안의 핵심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법의 취지만으로 민간사업을 규제할 수는 없고 개정된 법의 실제 내용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런데 구글이 앱 개발자가 원하는 방식의 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데 여기서도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것을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구글이 가져가는 외부결제 수수료율을 얼마까지 낮춰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요?

통행세 아니냐고 비판받는 수수료율 때문에 촉발된 법 개정이지만 국회나 정부가 나서서 민간사업 영역의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구글의 만만치 않은 응수에 정부도 다음 대응이 고민스러워 보입니다.

● 행보 변화 없는 애플, 미국에선 ‘외부결제 홍보’ 허용
정부로서는 구글보다 애플의 상황이 더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법을 지키겠다”는 말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을 취하고 있는 구글과 달리 애플은 별다른 행보 변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애플은 자신들이 앱 외부에서의 결제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문제는 애플이 지난 8월에 미국에서 개발자들과의 집단 소송에서 합의한 내용과도 연결이 됩니다.

애플은 소송에 나선 개발자들과 외부결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서 공유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앱 외부 결제가 가능하지만 이를 사용자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을 전제로 앞으로 이를 홍보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인앱결제와 관련해 애플·구글과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는 미국 앱공정성연대(CFA)는 “여전히 앱 개발자가 앱 안에서 더 싼 가격으로 다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는 조치”라며 전혀 양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다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합의안을 만들고 또 다른 쪽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런 상황이 보여주는 것처럼 기존의 앱 장터 사업자들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세부적인 조건에 따라서 규정되는 복잡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방통위는 애플이 실효성 있는 이행계획을 새롭게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애플 같은 거대 기업이 손실을 감당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만드는 일은 정부로서도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 팀 스위니 “구글, 애플에 대항하기 위한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
인앱결제 이슈는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이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인앱결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다양한 사업 전반에서 불거질 문제들의 시작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앱 장터 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 됐는데 이 앱 장터는 소수의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 이 앱 장터 사업뿐 만 아니라 거대 플랫폼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대부분이 강력한 독과점을 지향합니다.

법과 제도를 통해 이런 독과점 사업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앤결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의 밑바닥에는 이런 독과점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둬가는 것이 맞느냐는 근원적인 질문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이런 논란을 마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침범하기 힘든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면서 단단하게 성곽을 쌓고 해자를 판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도 봐야하겠습니다.

한국의 상황을 글로벌 IT 업계가 유심히 지켜보는 이유도 이런 점들 때문이겠습니다.

이용자 2억5000만 명을 보유한 미국 에픽게임스의 창업자인 팀 스위니는 8월 말 한국 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되자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트위터 게시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는데요.

최근 한국을 찾아서 동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에서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은 구글, 애플을 규제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구글, 애플에 대항하기 위한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한국을 찾아 동아일보와 만난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한국의 입법이 구글, 애플에 대항하는 전 세계의 개발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줬다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간단하지 않은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앱공정성연대의 메건 디무지오 사무총장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를 ‘빅테크 규제를 위한 첫 도미노 조각을 넘어뜨린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 구글, 플레이스토어 연간 13.4조 원 매출에서 8.4조 원 영업이익
앱 장터 사업의 규모와 사업자들이 이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오늘의 휴일IT담은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은 앱 장터 사업만을 별도로 떼서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공개하지는 않고 있는데요.

애플의 경우 지난해 앱스토어 구조 안에서 약 6430억 달러(약 770조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수치는 애플의 매출이 아니라 앱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내에서 발생시킨 거래, 매출 등을 의미합니다.

앱 장터 사업 전체의 규모를 통해서 앱스토어를 통해서 많은 개발자들이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수치에 가깝습니다.

구글의 경우 외신들이 구글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근거로 지난해 플레이스토어 매출 등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구글은 플레이스토어에서 총 112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의 매출과 70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분석입니다.

영업이익율로 보자면 60%가 넘는 사업모델입니다.

애플 역시 앱 장터 사업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부문의 영업이익율이 아이폰 같은 하드웨어 부문의 영업이익율보다 훨씬 높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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