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특수부대 출신의 스트레스 날린 비법은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성남=양종구 기자

입력 2021-11-27 14:00 수정 2021-11-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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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부상으로 군 생활을 접었다. 훈련을 안 하다보니 체중이 불었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달렸다. 달리는 게 좋았다. 건강도 챙기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줬다. 어느 순간 ‘철인’이 됐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에 빠져 사는 박세흠 씨(43)는 고민이 생기거나 일이 안 풀리면 운동을 한다.

박세흠 씨가 경기도 성남 탄천을 달리고 있다. 그는 “달리면 건강도 챙길 수 있지만 온갖 고민도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ROTC 소위로 임관해 3군단 703특공연대에 있었습니다. 적지종심 작전부대(유사시 북한에 침투하는 부대)라 30kg 완전군장으로 행군하는 훈련이 많았는데 어느 날 디스크가 터졌습니다. 훈련을 못하게 됐습니다. 헬기도 못타고 훈련에 계속 빠지다보니 군 생활을 접어야 했죠. 계속 군에 있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2002년 중위로 전역했습니다.”

특수부대라 군에서는 오후 3시에 일과를 끝내고 체력단련을 했었다. 전역하면서 사실상 운동을 접은 데다 담배까지 끊었더니 20kg 가까이 체중이 불었다. 다이어트에 가장 좋다는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다.

“살도 쪘지만 몸도 여기저기가 아팠습니다. 의사는 디스크 수술을 권했는데 당시 수술하면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해서 안 하고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처음엔 아팠죠. 하지만 운동하면서 허리 주변 근육이 강화되자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달리면 세상만사 모든 고민이 사라졌다. 해결되지 않던 문제에 대한 답도 나왔다. 그래서 일이 안 풀리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으면 달렸다. 그는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달리면서 알았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도 달리면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힘들 땐 달린다”고 했다.

전역 후 제약회사 다닐 때는 밤에 헬스클럽에서 달리고 주말에 탄천을 뛰었다. 각종 마라톤대회 10km와 하프코스에도 출전했다.

“달리면서 건강을 되찾다보니 철인3종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수영은 어렸을 때 배웠고 자전거도 탈 수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입니다.”

박세흠 씨가 경기도 성남 탄천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그는 “운동을 하면 건강도 챙길 수 있지만 온갖 고민도 날릴 수 있다. 난 힘들면 밖으로 나와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성남=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008년부터 철인3종에 빠져 들었다. 그해 여름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2시간 20분대에 완주했다.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러너스 하이’가 있듯이 수영을 하거나 사이클을 타도 머리가 맑아지고 좋았다. 새벽에 수영을 하고 낮이나 저녁 땐 달리거나 사이클을 탔다.

“회사를 그만 두고 서울 동대문에서 신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회사생활만으론 생활이 어려웠어요. 중국을 오가며 브랜드 여러 개를 확장하며 사업이 잘 됐습니다. 오후 8시에 문을 열어 새벽 5시에 닫는 생활로 밤낮이 바뀌어 힘들었지만 운동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쇼핑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사업이 힘들어진 데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이 터져 매출이 거의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죠.”

박세흠 씨가 한 철인3종대회에서 첫 번째 종목인 수영을 하고 사이클을 타러 이동하고 있다. 철인3종은 수영 사이클 마라톤 순서로 열린다. 박세흠 씨 제공.



정신적 신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철인3종을 하면서 쌓은 체력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는 “철인3종은 극한 상황에서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 올림픽코스도 힘들지만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는 정말 체력과 정신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완주하기 힘들다. 어느 순간 철인3종은 내 삶의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처음 철인코스(킹코스, 아이언맨코스)를 15시간 15분에 완주했다. 그리고 2018년 13시간 45분에 완주했다. 지금까지 철인코스 2회, 올림픽코스 14회, 하프코스 6회를 완주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9회 완주했다.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 59분대.

박 씨의 하루는 운동으로 시작한다. 매일 새벽 수영을 1시간 한다. 2015년 경기 성남 분당 집 근처에 피자집을 열면서 오전엔 시간이 여유가 있어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주 1,2회 사이클 50km에 달리기 5~10km를 한다. 철인3종은 근전환 훈련이라고 해서 자전거를 타다가 바로 달리기를 해준다. 그렇지 않으면 실전에 근육 경련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말엔 사이클 80~100km, 마라톤 20km를 한다. 보강훈련으로 주 3회 요가 및 근육운동도 한다. 철인코스 완주를 앞두고는 운동량을 거의 두 배로 올린다.

박세흠 씨가 한 철인3종대회에서 완주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박세흠 씨 제공.



“2017년 분당철인클럽과 성남시철인3종협회에 가입해서 운동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혼자 운동했습니다. 혼자 시간 날 때 운동을 하는 게 편했어요. 그런데 운동을 자유롭게 즐길 수는 있지만 기록 향상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하니 서로 끌어주고 밀어줘 도움이 됐다. 피곤해 운동을 하기 싫을 때가 있어도 회원들과의 약속이 있어 꾸준히 훈련할 수 있어 좋았다.

“솔직히 제 기록이 뛰어나지는 않아요. 미국 하와이 코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고 싶은데 철인코스를 9시간 30분에는 완주해야 합니다. 전 이제 13시간 45분이라…. 하지만 나이 들어 언젠가는 하와이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10~20년 뒤에는 그 나이에 맞는 기준 기록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요?”

철인3종을 하면서 겸손을 배웠다고 했다.

“대회에 나가보면 저보도 못할 것 같은 분들이 저보다 앞서 나가는 것을 많이 봅니다. 자존심이 상해 제가 더 빨리 가려다보면 오버페이스를 하죠. 그분들은 저보다 훨씬 많은 훈련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 처음엔 따라 잡히면 기분이 나빴는데 이젠 존경을 하게 됩니다. 철인3종은 시간투자와 노력이 뒷받침 돼야 즐겁게 완주할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탓에 2년간 대회 출전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대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내년 9월 전남 구례에서 열리는 대회 철인코스 완주를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철인3종 철인코스는 준비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1년 전에 대회 출전 신청을 받습니다. 아직 코로나19로 여럿이 참여하는 대회를 열지는 못하지만 내년부터는 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완주와 기록단축이란 목표도 있지만 완주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즐겁습니다. 이렇게 땀을 흘리며 운동하면서 사는 삶이 정말 좋습니다.”


성남=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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