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고통 아니까… “한국의 米, 지구촌에 굶는 이 없게 하라“

권혁일 기자

입력 2021-11-29 03:00:00 수정 2021-11-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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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전 세계 기아 해결 앞장서는 K-쌀


예멘의 각 가정으로 분배되는 한국산 쌀. 예멘은 오랜 내전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400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한 곳으로, 급성 영양실조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만 230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식량 부족 문제가 심각한 실정이다.

해외 원조가 끊긴 아프가니스탄. 굶주린 가족이 어린 딸을 500달러(약 58만 원)에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5세 미만 영유아 320만 명은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린다.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처럼 과거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식량 원조를 받던 나라 한국은 한 세대 만에 거꾸로 식량을 원조하는 나라로 거듭났다. 2020년에는 세계식량계획(WFP) 내 11위의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쌀, 6개국 400만 명을 먹여 살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8억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7월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등 5개 국제기구가 공동 발간한 ‘2021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에서는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식량부족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 정부(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부터 식량원조협약(FAC)에 따라 유엔 산하 식량 원조 전문 국제기구인 WFP를 통해 연 5만 t의 원조용 쌀을 해외에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 세계 300만 명 이상의 난민과 이주민의 단기 식량 문제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가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6개국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극빈층에 속하는 곳이다. 기존 수원국인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4개국(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예멘)과 올해 추가된 시리아, 라오스 2개국을 포함해 약 422만 명에게 한국 쌀을 원조할 계획이다.


한국 쌀의 힘으로 바꾸는 경이로운 투자


품질이 높은 한국 쌀은 현지에서 만족도가 높다. WFP의 내부 수요조사(2020년 9월) 결과, 우리 쌀의 높은 품질과 안정적이고 정확한 공급으로 세계 18개 국가사무소에서 총 10만 t 지원 요청이 접수될 만큼 반응이 뜨겁다. 또 반세기 만에 식량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의 성공사례는 WFP 본부에서도 ‘빛나는 사례’로 꼽히며 개발도상국들에 희망이 되고 있다.

라오스에 사는 30대 여성 씨엠 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먹게 되면서 학교에 가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됐고 출석률과 학습 성과가 높아졌다”며 “덕분에 우리는 덜 가난하다고 느끼고 아이들도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는 2020년 세계기아지수에서 ‘심각’ 국가로 분류됐고 5세 미만 인구의 33%가 만성 영양실조를 겪고 있으며 인구의 23%가 빈곤 상태인 국가다. 이에 우리 정부는 올해 새로운 원조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정하고 쌀 1320t을 원조했다. 이를 통해 약 5만5000명이 혜택을 받았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13세 예멘 소년 아흐메드는 “한국 쌀 덕분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축구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흐메드 가족은 WFP를 통해 한국 쌀 20kg을 올해 7월 지원받았다. 5년 동안의 내전으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400만 명의 실향민이 생겨난 예멘은 급성 영양실조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만 230만여 명에 달할 만큼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에 놓여있다.

올 6월에 출발한 한국 쌀은 1만8000t 규모로, 예멘 국민 840만 명 중 월 최대 160만 명에게 6개월간 공급되는 분량이다. 아비안 등 예멘 남부 지역 주민과 이주민을 중심으로 가구당(7인 기준) 한국 쌀 40kg이 지원됐다.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나라는 한국이 최초이자 유일


1964년부터 약 20년간 WFP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던 한국은 WFP의 주요 공여국으로 거듭난 모범으로 꼽힌다. 이런 사례는 한국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또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년 5만 t 규모의 쌀 원조 약속을 4년째 지켜오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WFP 가입국들이 전 세계 기아종식 실현에 힘을 모으면서 2020년에 WFP는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11일 한국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약 300만 명에게 한국의 식량원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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