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되 빛나지 않는, 호국 영웅들을 위하여[기고]

김인수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계획과장·육군 소령

입력 2021-11-29 03:00:00 수정 2021-11-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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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계획과장·육군 소령


새로운 다짐과 각오로 시작한 2021년 신축년 한 해도 이제 12월 한 달만 남았다. 저마다 정신없이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2022년 임인년을 맞이하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고 다가오는 시간을 준비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특히 이젠 빛바래 잊혀지기 쉬운 우리주변의 소중한 분들을 찾아 모셔야 하는 직책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나에게는 지금 순간순간이 언제나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쩌면 이제는 영화 속 이야기거나 교과서 어딘가에 나올 것 같은 케케묵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71주년이 되는 해다. 민족의 비극이고 아픔을 떠나서 어쩌면 우리 가족이 6·25전쟁으로부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가족일 수도 있고 나의 이웃이 아직도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일 수도 있다. 유가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상처이지만, 우리는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하고 감사하기보다는 그저 지금의 현실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언제나 무거운 마음이다.

올해는 68년 만에 최초로 백마고지 유해 발굴을 통해 22구의 유해와 8200여 점의 유품을 발굴했다. 놀라운 것은 본격적인 발굴을 위한 여건 조성 차원의 유해 발굴이었음에도 이렇게 많은 유해와 유품이 발굴된 것이 놀랍기도 하면서 68년 전 그날의 그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사랑하는 나라와 가족을 위해 하나뿐인 생명을 초개와 같이 바치신 선배 전우들의 유해는 물론이고 진지를 사수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준비한 듯한 화염병은 그날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지금도 옆에서 들려주는 듯하다.

5G 시대 속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달라지고 변화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며 그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국가적 숙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다. 2021년 벌써 11개월이 지나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의 달력만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그분들의 아픔의 눈물 속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리라. 그래서 오늘도 나는 전투화 끈을 다시금 굳게 조이며 바람을 맞으며 사무실로 향한다. 빛나되 빛나지 않는 잊혀져가는 호국의 영웅들과 유가족분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깊어가는 겨울밤의 끝자락으로 굳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김인수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계획과장·육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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