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잃으면 찬밥신세…리더십 지켜야”

임현석기자

입력 2021-11-23 15:36 수정 2021-11-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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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기술을 잃어버리면 찬밥신세가 될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전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이 같이 말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다.

권 고문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 특별 인터뷰에서 “미국이 삼성전자, 대만 TSMC를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초대하거나 미국 내 팹(생산시설) 투자를 주문하는 건 삼성이나 TSMC의 기술 때문”이라며 “(미국은) 앞선 반도체 제조 능력을 찾는 것이며 이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언제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내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 공장 설립 투자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텍사스주 테일러, 오스틴을 비롯해 다양한 후보지를 두고 현지 정부와 인센티브 협상을 벌여왔다.

이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30년사에는 삼성전자가 1982년 최신형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을 인수하려 했었다는 후일담도 공개됐다.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필수 장비다.

반도체산업협회 초대 협회장(1992년~1997년)을 지낸 김광호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1982년 필립스가 삼성전자에 ASML(당시 ASM) 인수를 제안했다”라며 “ASML은 당시 업력이 짧았고, 삼성도 사정이 넉넉지 않아 인수를 포기했는데 현재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구현 기술을 따져 보면 안타까움이 남기도 한다”고 회고했다. 김 전 부회장은 “ASML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공한 것처럼 반도체 원천 기술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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