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밝힌 이재용…美서 ‘뉴 삼성’ 큰 획 긋고 강행군 마무리

뉴시스

입력 2021-11-23 13:26:00 수정 2021-11-23 14: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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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장 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큰 획을 긋고 국내에 복귀한다.

이 부회장의 이번 미국 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뉴 삼성’과 ‘미래’였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애플과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 TSMC간의 밀월에 비견되는, 구글 등 ‘반(反) 애플 연합’과 만나 협력 관계를 다짐했다. 이어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추진 중인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도 최종 마무리 지으며 미국 동서부를 횡단하는 숨 가쁜 출장 일정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반 애플 연합’ 전선 점검…‘동맹군’ 잇따라 만나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2일(현지시간)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CEO(최고경영자) 등 구글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는 구글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고용계획을 지난 2019년 발표했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동맹’을 맺고, 애플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구글이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들어갈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생산은 현재 삼성전자가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분야에서 양사의 협업 관계는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행보는 ‘메모리 절대 우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도약을 위한 기반 마련’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부회장은 구글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잇따라 방문해 ‘글로벌 IT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간 AI,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혁명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관련된 전략을 공유와 공조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확정되는 파운드리 2공장…‘美 빅테크 기업의 공장’ 자처

이 부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한 새로운 생산기지 구축도 본격화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 미국 출장길에 신규 파운드리 투자도 확정 짓는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2공장 설립을 발표한지 6개월여 만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설 지역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확정됐다. 테일러시는 1공장이 위치한 오스틴시와 불과 30마일(약 50㎞) 떨어진 곳에 있어 협력 업체 등 기존 산업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투자금만 170조 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텍사스는 첨단 산업의 부흥지로 급부상 중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고객사간의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 등은 캘리포니아에서 오스틴시로 본사를 이전 중이며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여러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텍사스 중부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반 애플 연합은 앞으로 더 외연을 넓혀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또 수도 워싱턴D.C에서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잇따라 면담하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행정부와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생산촉진법 ‘칩스포아메리카’(CHIPS for America)를 제정했다. 핵심 IT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이 주내용으로, 현재 하원에 계류 중이다.

‘초격차’ 넘어 ‘미증유’…‘뉴 삼성’ 의지 강조

이 부회장은 오는 25일 속행되는 삼성물산 합병 등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르면 이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이번에 복귀하면 한동안 국외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해 가능한 많은 고객사와 접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을 계기로 ‘뉴 삼성’ 비전을 향한 변화와 새로운 도약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하는 한편, 바이오와 5G, AI 등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도 집중적으로 챙겼다.

지난 16~17일 매사추세츠주에서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나 코로나19 백신 등 바이오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뉴저지주에서 버라이즌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관련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그는 또 21, 22일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부문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s)과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등의 연구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초격차’를 넘어 ‘미증유(未曾有·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 없음)’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그동안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성장 전략을 대표하는 ‘초격차’만으로는 장밋빛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글로벌 삼성’을 가능케 했던 ‘초격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의미로, ‘뉴 삼성’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면서도 ‘뉴삼성’에 대한 화두를 갈고 닦아 온 것 같다”며 “이번 미국 출장은 이 부회장이 창업의 각오로 ‘뉴삼성’을 향한 과감한 변화와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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