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원인 모를 증상에 병원만 전전… ‘유전성 대사 희귀병’ 신생아 선별검사로 조기진단

홍은심 기자

입력 2021-11-24 03:00 수정 2021-11-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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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좀 축적 질환
부족한 효소 따라 증상 제각각
빨리 발견할수록 치료효과 커


홍은심 기자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질환을 말한다. 희귀 질환자가 워낙 극소수이다 보니 환자들은 최종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는 ‘진단방랑’을 겪게 된다. 특히 치료제가 이미 개발돼 치료가 가능한 희귀질환도 진단을 받지 못해 사망이나 돌이킬 수 없는 장기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리소좀 축적 질환’도 마찬가지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5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소좀은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분해하는 다양한 종류의 효소가 들어 있는 세포 내 작은 기관이다. 유전자 변이로 특정 효소가 결핍되면 리소좀에 이상이 생기고 체내에 불순물이 쌓이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부족한 효소의 종류에 따라 50여 종의 대사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폼페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 고셔병 등이 대표적이다. 치료제가 없어 손을 쓸 수 없는 다른 희귀질환과는 달리 일부 리소좀 축적 질환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하면 장기간 질환 조절이 가능하다.

나타나는 증상은 질환마다 다르다. 폼페병은 근육이 약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발현 시기가 빠를수록 병의 증세가 심한데 태어난 지 2∼3개월 만에 증상이 나타나는 영아형 폼페병은 근력과 근긴장도가 감소해 적절한 시기에 목가누기, 뒤집기, 앉기, 걷기 등의 운동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다. 심장 근육과 호흡기 근육에도 영향을 미쳐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75∼95%가 1세 이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기 혹은 성인이 돼서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때는 근육 약화와 호흡곤란 등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가 않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신체기관의 기능장애 및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해 수명 단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뮤코다당증 환자는 질환 특유의 독특한 얼굴 형태를 보이는데 눈썹 뼈와 이마가 튀어나오고 또래보다 머리둘레가 크다. 콧대가 낮고 넓으며 커다란 콧구멍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유전성 질환인 다운증후군 환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특징적인 얼굴 모양을 가지고 태어나 진단이 빠르게 이뤄지지만 뮤코다당증의 경우 출생 당시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만 2∼4세부터 관절이 굳어지면서 구부러지는 관절구축, 탈장, 중이염 등의 증상을 자주 겪는다. 특히 성장 지연이 나타나면서 환자의 70%가 저신장증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사춘기 시기에는 정상 또래 아이보다 평균 25cm까지 키 차이가 나기도 한다. 뮤코다당증 환자는 신체적 특징 외에도 집중력 저하와 과잉행동 등 발달 지연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파브리병은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손발의 통증이 증상의 90%를 차지한다. 고열이나 사지 통증이 나타나며 손과 발에 타는 듯한 갑작스러운 통증이 반복된다. 배꼽 주위나 엉덩이 주변에 검붉은 발진처럼 보이는 혈관 각화종이 생기고 시력과 상관없이 각막 혼탁이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이렇게 첫 증상들이 발현되는 평균 연령은 남성 환자의 경우 약 6∼8세다. 여성 환자는 약 9세로 확인됐다. 파브리병은 태아 때부터 계속 진행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조기에 진단받지 않으면 신장, 심장 및 뇌 등의 장기 손상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고셔병은 유형에 따라 임상적 증상과 환자에게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이 매우 다양하다. 주로 성장부전, 간과 비장의 비대로 복부팽만 증상을 보이며 뼈와 관련해 뼈 통증, 골절 등이 생기거나 혈액학적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신경병증성 증상으로 사시 등 안구운동 이상, 근육 마비, 발작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공통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의 성격을 가진다. 적시에 진단되지 않아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사망 등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지은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경기 서북부 희귀질환 지역거점센터장)는 “리소좀 축적 질환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출생 직후 또는 영유아기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후기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어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는 수년 동안 오진되는 경우도 많다”며 “환자에게 부족한 효소를 대체해 주는 효소대체요법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 지속적인 치료과 관리를 받으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미리 유전질환을 검사할 수도 있다. 리소좀 축적 질환은 신생아 선별검사로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신생아 선별검사란 조기에 진단할수록 더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질환에 대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정상 신생아를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미리 수행하는 진단 검사를 말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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