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폭탄’이 서민 울리나…월세 가격 부채질 우려

뉴시스

입력 2021-11-23 07:53 수정 2021-11-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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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종부세 폭탄으로 간신히 안정세를 찾아가던 전·월세 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늘어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주택자를 겨냥했던 종부세가 애꿎은 서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뉴시스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다주택자 종부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와 서울 동작구 상도더샵 84㎡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종부세(농어촌특별세 등 포함)로 7368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종부세로 2549만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4㎡와 성동구 왕십리텐즈힐 84㎡를 보유한 2주택자 종부세도 작년 2242만원에서 올해 6707만원으로 대폭 오를 전망이다.

3채를 보유한 다주택의 경우 1억원 가까운 보유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대전 유성구 죽동푸르지오 84㎡를 보유한 3주택자의 올해 종부세는 8102만원이다. 보유세까지 합치면 9131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당초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강화하면 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반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각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며 버티기에 나서면서 오히려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세는 반전세로 바꾸거나 월세는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에게 세금을 전가 시키고 있다”며 “시장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의 원인 중 하나가 세 부담 강화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월세나 반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덩달아 월세 가격도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평균 월세 임대료는 8월 122만2000원, 9월 122만8000원, 10월 123만4000원 등으로 올랐고, 월세 보증금도 8월 2억351만원, 9월 2억412만원, 10월 2억418만원 등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종부세 부담이 큰 강남권에서 월세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10월 월세통합가격지수 상승률 1~3위가 송파구(0.73%), 서초구(0.63%), 강동구(0.55%)다.

고가주택·다주택 소유자의 주택 보유세가 크게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월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월세가격 상승은 서민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종부세 폭탄이 결국 전·월세 가격을 자극해 최종적으로 서민들의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데에는 내년 대선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종부세, 양도세 등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일단 대선까지 버티자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와 1주택자 재산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율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종부세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고, 높은 양도세율은 매물 잠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내년 대선까지는 유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종부세 부담의 세입자 전가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임대료 수준은 임대시장의 수요 공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일방적인 부담 전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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