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도체 갈등 불똥… SK하이닉스 中공장 첨단화 막히나

곽도영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1-11-19 03:00 수정 2021-11-19 03:17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로이터 “美, 첨단장비 中반입 반대”… 우시공장 노광장비 반입 힘들듯
백악관 “中 군사무기로 악용 가능성”… 하이닉스 “EUV, 中 적용단계 아냐”
인텔 낸드 인수 中승인 눈치도 봐야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의 다음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18일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첨단 장비를 반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미중 양국이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면서 양국 틈새에 낀 한국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최신형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중국 반입 여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첨단화를 위해 EUV 노광장비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EUV는 웨이퍼에 회로를 그릴 때 기존 장비보다 더 미세한 nm(나노미터) 단위의 구현을 가능하게 해준다. 반도체 업계의 기술 우위가 EUV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국내 공정에 우선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 우시 공장에도 장기적으로 EUV를 도입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EUV 도입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의 허용 여부를 직접 밝히진 않으면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자국의 군사 현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개발에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EUV는 아직 국내에 초기 도입 단계이고 중국 공장에도 구체적으로 적용을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 중국 우시 공장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각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13일(현지 시간) 인텔은 바이든 행정부의 제동으로 중국 청두 공장에서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 확대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인텔은 당시 “혁신과 경제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많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다른 해법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에도 EUV 중국 수출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와 함께 이달 9일 미국 정부에 제출한 반도체 사업 현황 자료의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등 미중 갈등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EUV 공정의 경우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만 생산하고 있어 D램, 파운드리 공장에 비해 중단기적인 도입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연내에 인텔의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를 마무리 짓고 내년 경영계획을 정비해야 할 SK하이닉스는 중국 당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인수 계약을 체결한 이래 심사 대상 8개국 중 7개국이 올해 7월까지 승인을 마쳤지만 중국 정부만 1년 넘게 보류 중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공급망 견제와 중국의 자국 산업 굴기가 올 들어 점차 구체적인 행보로 표출되면서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직접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치외교적 변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