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병상 대기자 급증… 제때 치료 못받아 위중증 악화 우려

김소영 기자 , 김소민 기자 , 유근형 기자

입력 2021-11-19 03:00 수정 2021-11-1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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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중 고령-기저질환자 다수, “하루 이틀새 증상 나빠질 가능성”
전담요양병원 추가 지정했지만 시설전환 덜 끝나 내주에나 가동
정부, 확진자-위중증 급증에도 “일상회복 중단할 상황 아니다”
전문가 “정부 인식, 현장과 괴리… 수도권만이라도 비상계획 발동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증상이 나타나도 제때 입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작 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대응 체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비상계획’(일상 회복 조치를 일시적으로 중단)을 발동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판단이 의료현장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드 코로나 시작하자 ‘병상 대기’ 급증
코로나19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기다려야 하는 확진자는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권에 하루 이상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코로나19 환자는 423명(18일 0시 기준)인데, 367명은 병원 이송, 56명은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자다. 이달 1∼3일에는 대기자가 한 명도 없었지만 점차 늘어 12일 세 자릿수(116명)로 늘어났다.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18일 400명을 넘었다.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높다 보니 병상 대기자 중에도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병상 대기자 급증의 원인은 대부분 요양병원의 집단감염이다. 요양병원 입소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돌봄이 가능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이 병원의 병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즉 고령인 데다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이 병상 대기자에 다수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고위험군 환자일수록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 초기에 치료를 하면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는 환자라도 하루, 이틀 기다리다 보면 중증으로 악화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11일 수도권에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4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기존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시간이 필요해 빨라야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수도권 내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17일 기준 84.1%에 달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병상 대기자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병상을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9일 병상 확보 등 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 “수도권만이라도 비상계획 발동해야”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지는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전국적으로 비상계획을 발동할 상황도 아니라고 보고 있다. 손 반장은 “지금은 감염취약시설 중심의 고령층 감염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전의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조치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적 모임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조치를 다시 강화하기보다는 유행이 심각한 수도권 요양병원 등에서 종사자 유전자증폭(PCR) 검사 주기를 단축하는 등 일부 방역 조치를 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유행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환자 병상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등 현재 상황은 의료 대응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중수본에 따르면 17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8.2%, 서울은 80.9%까지 올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황이 다른 만큼 수도권만이라도 비상계획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코로나 중환자 병상 추가 배정으로 수도권에서 비코로나 중환자 병상 97개가 줄어들었다”며 “암이나 이식, 심장, 뇌 등 고난도 수술이 지연되고 응급 중환자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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