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고객의 ‘0자 데이터’ 받으려면 탄탄한 신뢰 쌓아야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정리=배미정 기자

입력 2021-11-17 03:00 수정 2021-11-1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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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자발적 정보’ 수집 위한 기업의 맞춤 전략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고객이 자발적으로 기업에 제공하는 ‘0자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0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고객에게 명확한 보상을 제공하고 충성도를 높이는 등의 전략을 수립해야 타깃 마케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구글이 2023년까지 그동안 광고 기술 기업 등 제3자 기업에 쿠키 데이터를 제공해온 관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생길 전망이다. 쿠키는 사용자가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남는 이용 기록을 브라우저에 저장한 파일을 말한다. 광고주인 기업들은 쿠키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상에서의 이용자 행동을 추적하고 개인화된 광고를 노출시켜 왔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구글 등 브라우저 업체들이 3자 쿠키 제공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개별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했던 기업들의 맞춤형 마케팅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이런 3자 쿠키의 대안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0자 데이터’다. 0자 데이터는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소유권과 통제권을 갖는 데이터를 말한다. 고객이 기업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 목적을 명시적으로 알고, 그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기업에 공유해주는 데이터다. 고객이 직접 제공하는 데이터이기에 정확도가 높고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고객으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월 2호(331호)에 실린 관련 전략을 요약, 소개한다.

○ 필요한 데이터만 점진적으로 수집
우선 기업은 고객에게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요구해서는 안 되며, 꼭 필요한 데이터부터 점진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예컨대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이 없는 정보를 요구한다면 고객의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 독일의 유아용품 쇼핑몰인 베이비왈츠는 고객의 출산 예정일 정보를 수집해서 고객에게 임신 주기에 맞는 정보나 상품을 알려주는 맞춤형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 뉴스레터의 열람률은 54%로 동일 산업의 평균 e메일 열람률인 23%보다 훨씬 높다. 베이비왈츠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만 수집해 제공했기 때문에 고객들도 정보를 내주는 데 대한 부담이 적었던 것이다.

점진적 프로파일링 기법도 0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처음 방문한 고객에게 간단한 신상 정보를 묻고, 다음 방문 때는 관심사나 취향을 묻는 식으로 고객의 정보를 점진적으로 수집하는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 많은 정보를 한번에 제공하는 데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어 유용하다. 특히 중요한 질문을 먼저 던지고 뒤로 갈수록 그에 대한 자세한 질문을 던지면 답변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고객 취향을 반영한 설문
고객들이 직접 제공하고 싶은 데이터를 선택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객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묻거나 한 페이지에 오래 머물게 하면 금방 싫증이 날 수 있다. 고객 스스로 어떤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지 선택권을 주면 고객을 안심시키면서 흥미도 끌 수 있다.

한 예로 항공사 에어 뉴질랜드는 ‘당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휴가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좋아하는 기내식은?’ 등과 같이 기업의 비즈니스와 연관해 고객의 취향을 묻는 설문 이벤트를 열었다. 그리고 해변과 칵테일이라 답한 고객들에게는 로스앤젤레스 항공권 응모권을, 야구 경기와 피자라고 답한 고객들에겐 시카고 항공권 경품에 응모하게 했다. 또 당첨되지 않은 참여자 전원에게도 향후 30일 이내에 추천 목적지 항공권을 구입하면 5% 할인해주는 코드를 제공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 결과 에어 뉴질랜드는 10만 개 이상의 0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고객에게 취향을 찾는 즐거움과 재미와 더불어 당첨될 수 있다는 설렘과 기대를 선사한 덕분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다.

○ 명확한 보상을 제공
세 번째로 고객에게 ‘당신의 데이터는 안전합니다’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 인터랙티브에 따르면 고객 중 73%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기업이 투명하게 공개하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답했다.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은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고객을 안심시켜야 한다. 또 고객이 원하는 수준으로 보안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면 고객은 자신의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것이다.

네 번째로 데이터 공유의 이점과 보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데이터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보다 기업이 주는 다른 혜택과 교환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클수록 고객은 해당 브랜드에 더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고자 할 것이다. 리뷰를 작성하면 주는 적립금이 보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쿠팡은 고객이 리뷰를 작성하면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중에서도 양질의 리뷰를 제공해 ‘톱 리뷰어’로 선정된 소비자를 쿠팡 체험단으로 임명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고객 충성도 강화
마지막으로 기업은 데이터 수집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근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파타고니아, 테슬라와 같은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고객이 홍보대사를 자처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브랜드 활동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20, 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자신과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처럼 충성도가 강한 고객은 자신의 데이터를 기꺼이 브랜드와 공유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 탄탄한 팬 층을 구축한 브랜드가 양질의,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songsj@korea.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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