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터치하면 장보기 끝!…전통시장, 이제 안방서 즐긴다

박성민기자

입력 2021-11-16 14:35 수정 2021-11-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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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상점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모아 하루 3번 배송하는 배송센터. 하루 80∼100건을 배송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앉아서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는 전통시장의 시대는 끝났다. ‘총알배송’ ‘새벽배송’ 시대에 전통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시장이 낯설었던 젊은층도 이제 안방서 전통시장을 즐긴다.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전통시장의 변화를 소개한다.

11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 ‘허브닭강정’ 이필남 사장(52)은 발이 땅에 붙어 있을 틈이 없었다. 직접 닭강정을 사가는 고객을 응대하는 틈틈이 온라인 주문 물량을 포장해 공동 배송센터로 보내야 한다. 가게에서 150m가량 떨어진 ‘동네시장 장보기’ 공동배송센터 바구니에는 1부터 100까지 번호가 적혀 있다. 고객별 주문 번호다. 바구니의 3분의 1가량은 각종 반찬과 과일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센터에 모인 상품은 낮 12시, 오후 2시 반, 5시 반에 출고된다. 각 가정에서는 대개 2시간 이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 강동구 넘어 성남까지 ‘온라인 날개’ 달다


1978년 문을 연 암사시장은 최근 상권을 강동구 뿐 아니라 인접 구, 경기 성남시와 구리시 일대까지 넓혔다. 온라인 주문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고객층의 유입도 늘었다.

이런 변화가 시작된 건 국내 전통시장 최초로 2018년 말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한 뒤부터다. ‘암사시장’을 검색해 들어가면 품목별로 상품을 골라 담을 수 있다. 16일 현재 3만8676명이 ‘찜하기’를 눌렀다. 시장 상인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올리는 매출은 월평균 1억 원. 최근엔 ‘빈손 장보기’ ‘놀러와요 시장’ 등 유사한 플랫폼도 입점해 장보기가 더 편리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데도 온라인 장보기의 역할이 컸다. 고객들이 북적이는 시장 방문을 꺼리게 되자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전부터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둔 덕분에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2019년 하반기 1223건이었던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 건수는 2020년 상반기 4424건, 하반기 8193건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9808건으로 하반기 1만 건 돌파가 예상된다.

허브닭강정은 암사시장 동네시장 장보기 주문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온라인 ‘핫스팟’이다. 지난해 상반기 772건이었던 온라인 주문은 올 상반기 2456건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온라인 주문 매출만 월평균 200만 원가량이다. 이 사장은 “시장 주변에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상점이 들어와 타격이 있었지만, 온라인 단골 고객들 덕분에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보다 수수료가 30%가량 낮아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웃었다.


● 손님 감소 우려했지만 온·오프라인 고객층 달라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상인들이 처음부터 반겼던 것은 아니다. 입점 초기 참여 상점은 10여 곳에 불과했다. ‘온라인에 익숙해져 고객들이 안 오면 어떡하느냐’는 반대도 많았다. 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상인들에겐 시장의 활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자는 크게 겹치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유입되는 고객은 기존에 배달앱이나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던 젊은층이 많았다.

반찬가게 ‘순수한찬’ 김영주 대표(45)도 이런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고객을 늘렸다. 기존에 매장을 찾던 중장년 주부 고객들이 며칠씩 먹을 반찬을 푸짐하게 사간다면, 온라인의 젊은 고객들은 하룻저녁 먹을 반찬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는 “1인 가구가 저녁 한 끼를 든든히 먹을 수 있게 반찬 3종 세트 등을 마련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다”며 웃었다. 현재는 온라인 주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암사시장 130여개 상점 중 절반가량이 온라인 주문을 받는다. 참여하지 않는 가게는 품목 가격 변동이 심해 매일 온라인 가격 조정이 어려운 경우, 혼자 가게를 운영해 배송센터 전달이 어려운 영세 업체 등이다.

전통시장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족발가게를 운영하는 최병조 상인회장은 “과거 전통시장 지원이 시설 개선 등에 집중됐지만 이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대형마트, 유통업체 등과 경쟁하려면 온라인 판로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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