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점 서학개미’100만명… 70%가 MZ세대

박민우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11-16 03:00 수정 2021-11-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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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소수점 단위로 나눠 매매
테슬라-애플-구글-아마존 순 매입
연내 거래 증권사 20곳으로 확대
수수료 비싸… “적립식 투자 바람직”


해외 직구(직접 구매)로 쇼핑을 즐기는 20대 회사원 이모 씨는 올 초 해외 주식도 직구하는 ‘서학개미’가 됐다.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인 아마존에 투자하고 싶었지만 3000달러가 넘는 주가가 부담이었다. 그러다 일부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을 1주 미만 단위로 쪼개 사는 ‘소수점 거래’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 100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현재 수익률은 10%를 넘었다.

자동차에 관심 많은 30대 조모 씨도 소수점 거래를 이용해 5월부터 매달 테슬라 주식을 20만 원어치씩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 이른바 ‘천슬라’ 고지에 올라서면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하는 ‘소수점 서학개미’가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의 70%가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2곳에서만 가능한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이르면 올해 안에 20개 증권사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20, 30대의 해외 주식 투자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소수점 서학개미’ 70%가 2030세대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신한금투와 한투증권에서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를 이용한 개인투자자는 11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이하와 30대 고객 비중이 신한금투에서는 37.9%, 31.2%, 한투증권에선 39.7%, 29.6%였다. 소수점 투자를 이용하는 고객의 70%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 셈이다. 이어 40대가 신한금투 20.9%, 한투증권 21.0%로 많았다.

이들이 올해 소수점 거래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서학개미의 ‘최애주’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3분기(7∼9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이후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한때 주가가 1200달러를 넘기도 했다.

이어 소수점 거래 상위 종목은 2위 애플, 3위 알파벳A(구글), 4위 아마존이었다. 애플을 제외하면 모두 주당 1000달러가 넘는 시총 1조 달러 클럽 종목이다. 1주를 사기에도 부담이 되는 만큼 소수점으로 쪼개 사들이는 투자자가 많았다.

○ 연내 증권사 20곳으로 확대

아직까지 소수점 거래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신한금투에서 올해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를 이용한 고객의 1인당 평균 매수액은 8만 원 수준이다. 30대 고객이 보유한 해외 주식 평균 자산(1132만 원)의 0.7%에 불과하다.

걸음마 단계인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앞서 9월 국내 및 해외 주식의 소수점 거래를 전면 허용한 데 이어 12일 증권사 18곳에 대해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특례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소수점 투자를 하려는 서학개미를 선점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며 “늦어도 12월 내에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의 소수점 거래는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의 준비를 감안해 내년 9월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수점 거래 수수료가 0.25%로 일반 해외 주식 거래(0.1%)에 비해 비싼 점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확대되면 증권사 간 경쟁으로 수수료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소수점 거래도 장기적 관점에서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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