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넘나드는 ‘통섭’… 아날로그-디지털 융합 시도

황효진 기자

입력 2021-11-16 03:00 수정 2021-11-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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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사진가




“삶이 꽃처럼 딱 좋은 시절에 활짝 피었을 때만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하지만 우리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가장 소중하고 경이로운 화양연화라고 생각합니다.”

풍경·인물사진의 거장 박상훈 사진가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피고 지는 꽃의 치열한 생명의 역동을 렌즈에 담아내면서 인간의 삶과 우주의 섭리를 포착하려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작가는 인체를 나무에 빗댄 2010년 ‘토르소(Torso)’ 시리즈 발표 이후 11년 만에 긴 침묵을 깨고 지난달 ‘화양연화’ 개인전에서 꽃과 삶을 다룬 작품을 선보였다.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홍콩 누아르 영화 제목이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을 말하는 화양연화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해석을 담았다는 평가다.




박 작가의 화양연화 시리즈는 인체와 나무의 토르소가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그의 오랜 작업인 ‘새벽풍경’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시공간의 감각적 합일에 주목한다. 작가는 꽃이 피어나는 순간, 꽃잎에 걸린 이슬, 행인들의 몸짓 등 찰나의 순간을 ‘영원성’이라는 한 가지 맥락으로 인식하며 존재하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화양연화’로 정의한다. 작품에서 이슬을 공기 중에 춤추듯 존재하는 픽셀로 만들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의 순간을 담았다.

미술평론가 홍가이 박사(전 MIT 교수)는 “명성 높은 박상훈 작가가 한국 프로 사진작가들이 손대기를 꺼려하는 꽃 사진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통속적인 보기(seeing-as)를 뛰어넘은, 보기(seeing)를 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라며 “그는 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나의 눈’이라는 보기의 주체를 간헐적으로 내려놓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 즉 진아(眞我)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평론을 통해 극찬했다.

오랫동안 아날로그 작업을 해왔던 그는 최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두 가지 형식이 중첩되고 융합된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며 치열한 작가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박 작가는 “작품에서 자연스럽고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들 사이에서 디지털로 해석된 가상의 아침이슬을 발견하는 놀라움과 즐거움이 있다”면서 “꽃에 걸린 디지털 픽셀로 만들어진 이슬은 꽃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화룡점정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사진가



박 작가는 1980년대 ‘우리나라 새벽여행’ 전(展)을 시작으로 ‘새벽풍경’ 연작을 선보이며 한국 풍경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새벽 풍경에 패션을 접목한 작품은 세계 3대 광고제인 뉴욕페스티벌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공식 사진을 촬영해 화제를 모았고, 안성기, 송강호, 김희애, 김혜수, 전도연 등 톱스타들의 사진 작품에서는 미장센이 철저히 배제된 인간 내면의 모습을 이끌어 내 인물사진의 대가라는 호평도 얻었다.

풍경, 패션, 광고, 인물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사진언어를 구축하고 있는 그는 모교인 중앙대에서 사진학과 겸임교수를 지냈고, 아멕스지의 디지털자산NFT거래플랫폼 ‘비자유비트’(BIZA-UVIT)를 통해 NFT디지털아트 작품을 전시·판매할 예정이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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