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막으려면 유리부터 재활용하라”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11-15 03:00 수정 2021-11-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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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 분석
유리 생산 때 다량 배출되는 탄소
폐유리 컬릿 쓰면 줄일 수 있지만 상당수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
용도별-색깔별로 수집-분류하고 각 업체에 재활용 인센티브 부여
현실적 지원책-국제 공조도 필요


국내에서는 재활용 목적으로 수거하는 유리 폐기물이 대부분 유리병이며 이것을 다시 유리병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컬릿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유리병 색깔인 백색과 녹색, 갈색 등 세 가지 색깔로 분류해서 제작된다. 화장품 용기나 술병처럼 색깔이 특이한 유리병은 재활용이 어렵다. 게오르게 체르닐레프스키·위키미디어 제공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플라스틱 사용률을 낮추고 대신 폐유리로 새 유리를 만드는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3일 유리를 재활용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며, 재활용 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게 할 수 있는데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폐유리를 매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제조 공정에 폐유리·전기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감축
폐유리는 잘게 파쇄한 컬릿으로 만들어 다시 녹였다 굳혀 새로운 유리제품으로 만든다. 위키미디어 제공
다른 공산품처럼 유리를 제조하는 공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네이처에 따르면 유리 제조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매년 최소 8600만 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중 75∼85%가 유리의 원재료인 모래와 소다회, 석회석을 녹일 때 사용하는 천연가스에서 나온다. 원재료 사이의 화학반응을 통해서도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재료 일부를 폐유리 재활용 재료(컬릿)로 대체하고 천연가스 대신에 전기를 사용하면 원재료를 녹일 때만큼 오래 가열할 필요가 없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유리용기협회(FEVE)에 따르면 유리 재료 중 10%를 컬릿으로 바꾸고 전기를 사용했더니 기존 재료와 공정으로 생산할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 줄어들었다. 협회는 이 방식으로 컬릿을 녹여 유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처는 상당수 유리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땅에 묻은 유리가 흙으로 분해될 때까지는 100만 년이 걸린다.

그나마 폐유리를 가장 많이 재활용하는 곳은 유럽이다. 현재 유리 생산에 쓰이는 재료의 약 52%가 폐유리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이 비율을 90%까지 높일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유리병의 약 31%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유리용기협회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50%까지 늘리도록 추진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폐유리를 재활용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유리 재활용 업체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아래 유리 재활용 비율은 2005∼2006년 18%에서 2018∼2019년 42%까지 증가했다.

이외 국가들은 폐유리가 얼마나 재활용되는지 통계조차 없는 곳이 많다. 네이처는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 몇몇 국가에서는 정부가 침묵하거나 앞으로의 계획이나 야망을 발표하지 않는 등 폐유리를 재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 국내 폐유리병 재활용률 76.8%
국내에선 폐유리병을 수거하고 파쇄해 컬릿을 만들어 재활용하는 비율이 매년 집계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폐유리병을 재활용한 비율은 76.8%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2018년 79.6%, 2019년 79.1%에 이어 줄고 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폐유리 자원 87.1%는 유리병을 제조하는 데 쓰인다. 8.8%는 해외에 수출되고 4.1%는 특수 블록이나 시멘트 벽돌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국내에서 재활용 용도로 수거하는 폐유리는 대부분 유리병이며 이것을 다시 유리병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컬릿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주요 유리병 색깔인 백색과 녹색, 갈색 등 세 가지 색깔로 분류해서 제작되고 있다. 화장품 용기나 술병처럼 색깔이 특이한 유리병은 다른 컬릿과 함께 섞어 쓸 수 없어 재활용이 어렵다. 창문처럼 투명한 유리에는 불순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잼이나 꿀이 들었던 병을 재활용하지 않는다. 유리병이었던 폐유리로 유리병을 만들 듯이 유리창이었던 폐유리로 유리창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네이처는 각 정부가 나서서 폐유리 자원을 수집, 분류해 적절한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가마다 폐유리 재활용 비율을 늘리도록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리 제조업체들이 폐유리 재활용을 하는 만큼 인센티브를 주거나, 유리병 제조 외에 건설사 등이 아스팔트, 건축자재 등에 폐유리를 일정 수준 재활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유럽은 이미 건축 폐기물이나 건설자재의 70%를 재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네이처는 또한 플라스틱을 유리로 대체할 때 증가할 수 있는 운송비용도 따져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유리 사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국의 폐유리 재활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비율을 감시하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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