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화가’ 박수근의 진면목…국립현대미술관서 첫 개인전
김태언 기자
입력 2021-11-14 14:34:00 수정 2021-11-14 16:16:10

이 일화는 박수근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자신이 가난했기에 남의 가난을 알았던 화가. 답답할 정도로 선한 화가. 이런 수식어를 떼어놓고 박수근을 생각할 순 없다. 하지만 그가 마냥 불운하고 여린 화가였을까.






11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한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박수근의 삶을 따라가며 그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 선보이는 박수근 개인전으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과 유족, 연구자, 소장자의 협조로 만들어진 대규모 회고전이기도 하다. 유화, 수채화, 드로잉, 삽화 등 163점이 출품돼 역대 최다인데다 이중 유화 7점과 삽화 12점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박수근의 초기작과 수집품이 포함된 전시 1부는 그의 주체적인 면면을 보여준다. 박수근은 밀레를 동경했다. 12살 무렵 책에서 본 밀레의 ‘만종’에 감동한 박수근은 직접 ‘밀레 화집’을 만들었다. 박수근은 부친의 사업 실패로 보통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그때 참고자료가 됐던 건 관광엽서였다. 빨래하는 여성, 담뱃대를 문 노인 등이 그려진 엽서는 이후 박수근 그림의 주요 소재가 된다.









이 기간을 아우르는 전시 2부와 3부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집’(1953년) ‘길가에서’(1954년) ‘쉬고 있는 여인’(1959년), ‘소와 유동’(1962년), ‘악’(1963년), ‘할아버지와 손자’(1964년)는 전람회 출품작이어서 크기가 큰 데다 구도가 매우 안정적이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노인들의 대화’(1962년) ‘소녀’(1950년대 후반)는 그가 창신동 집 앞에서 볼 법한 풍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 무렵 한국에 체류하던 외국인들도 박수근에게 관심을 보였다. ‘노인들의 대화’는 당시 미국 미시간대 교수인 조지프 리가 1962년 대학원생들과 함께 방한했을 때 구입한 것이다.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은 그는 미국 개인전을 추진했지만 급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1965년 타계한다. 4부 후기작까지 찬찬히 살피다보면 박수근이 쓴 색상도 볼 수 있다. 그는 1950년대 중반부터 파스텔톤의 색감을 과감히 사용하기도 한다. 김예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박수근의 그림에는 4~22겹의 물감이 겹쳐져있어 자세히 보면 그림 안에 굴곡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51년의 짧은 생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박수근은 온 힘을 다해 작품을 그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내년 3월 1일까지.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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