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산업용→차량용’ 전환 허용하나…실효성 이견

뉴시스

입력 2021-11-13 09:07 수정 2021-11-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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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초에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 여부를 확정해 발표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용도 전환을 두고 이견이 분분하다.

13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했을 때 대기환경과 국민건강에 끼치는 영향 등을 검토 중이다.

이번 검토는 차량용 요소수 품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 중 하나다. 지난 10월 중국이 원료인 요소 수입을 사실상 제한하면서 중국 요소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에선 요소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차량용 요소수는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SCR) 내부에서 물과 질소로 바꾼다. SCR이 장착된 유로6 경유차는 요소수가 떨어지면 운행이 중단되거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정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산업용 요소와 요소수 시료를 확보해 성분을 시험·검사한 후 실제 자동차에 주입해 오염물질 배출농도와 SCR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검토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결과가 이번 주 말 정도에 나올 것이라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이달 셋째 주 초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앞당긴 셈이다. 다만 용도 전환 검토에 고려할 점이 많은 만큼 셋째 주 초에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요소수 용도 전환을 둘러싸고 이견이 상당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요소는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2억t 이상 생산되는 범용 화학소재다. 특별한 화학물질이 아니다”라며 “SCR에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 농업(비료)용 요소를 쓰지 않고, 산업용 요소를 순도와 농도를 잘 조절하면 차량용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용 요소수와 차량용 요소수의 요소 함유량은 각각 40.8%, 32.5%다. 이 함유량을 조절하면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산업용을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에 적합한 순도와 농도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농도나 순도를 잘못 맞춘 경우엔 불순물이 끼거나 부품이 고장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검증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수디자인학과 교수도 “자동차 제작사에서도 차량용으로만 실험을 했지 산업용으로 해본 적 없다”며 “산업용 요소도 당연히 불순물이 있다. 당장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 시엔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와 민간에서 지난 12일까지 5개월치 이상 사용 가능한 차량용 요소와 요소수 8300만ℓ를 확보함에 따라 굳이 산업용 요소수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 교수는 “지금 해외에서 요소와 요소수가 많이 공급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전환한 요소수를 써도 된다고 발표한 뒤에 차량 고장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섣불리 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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