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건혁]정부 요소수 뒷북, 마스크 수급 악몽 판박이

이건혁 기자

입력 2021-11-12 03:00 수정 2021-11-1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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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산업1부

“오늘 요소수 구하려고 1시간을 길에 버렸습니다. 불편은 결국 또 서민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겁니까.”

1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만난 경유 승용차 운전자는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이날 승용차 한 대에 요소수 10L, 화물차 승합차 등은 30L까지만 판매하는 내용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표한 것을 두고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정부 대책으로 요소수 품귀 우려가 근본적으로 해소됐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동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던 요소수는 이제 주유소에서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귀한 물건이 됐다. 가격도 비싸졌다. 어느 주유소가 요소수를 파는지 정보도 국민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알 수 있다. 환경부 측은 “요소수 판매처가 곧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객관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물차 운전사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여전히 “요소수 파는 데가 없다. 주유소 정보를 공유하자” “너무 비싸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기업들은 대놓고 불평을 드러내진 못하지만 커진 부담에 불만이 역력하다. 평소 물처럼 팔던 요소수의 판매 및 재고 정보를 하루 단위로 보고하는 작업은 온전히 기업 부담이 됐다. 중국 의존에 따른 요소 부족이 한국의 약점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기업들은 요소 수입을 위한 가격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요소뿐 아니라 다른 소재나 자원을 수입할 때도 두고두고 약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0월 초부터 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요소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언론에서도 10월 말부터 요소수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11월 2일에 가서야 첫 회의를 열었고, 요소수 대란에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 ‘마스크 요일제’에 따른 불편의 기억이 생생한 국민들에게 이번엔 ‘요소수 배급제’를 강요하게 됐다. 때늦은 정부 대응이 기업과 국민의 피해로 돌아오는 악순환은 언제쯤 끊어질 수 있을까.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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