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빌려주고 週40만원 이자… 벼랑끝 서민 등친 일당 검거
부산=김화영 기자
입력 2021-11-12 03:00 수정 2021-11-12 08:09
서울-부산 등 전국 8곳에 조직 둔 ‘기업형 불법대부업’ 적발
지난해 12월 부산에 사는 자영업자 A 씨는 “돈을 빌려주겠다”는 한 대부업자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사를 거의 못 하는 바람에 50만 원의 대출이자를 못 내 당장 가게가 압류될 처지였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물론이고 ‘비대면 즉시대출’이 가능하다는 대부업체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신용이 너무 낮은 A 씨는 돈을 빌리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걸려온 대부업자의 전화는 A 씨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다. 하지만 혹독한 조건이 붙었다. 100만 원을 빌리면 40만 원의 선이자를 떼고 60만 원을 준다고 했다. 또 1주일 내 100만 원을 갚지 않으면 매주 40만 원의 이자가 추가 부과되는 조건이었다. A 씨는 다급한 마음에 일단 대출을 받았지만 1주일 뒤 100만 원을 갚지 못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자 이자는 320만 원으로 불어 순식간에 원금의 5배가 되어 있었다.
A 씨에게 접근한 고리대금업자는 B 씨(45) 일당의 조직원이었다. 이들은 정부에 등록된 대부업체 등 제3금융권으로부터 ‘대출 반려자 명단’을 불법적으로 사들였다. 대부업체들이 돈을 빌려줘 봤자 회수할 가능성이 낮은 최저 신용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정리한 자료였다. A 씨도 그 명단에 있었다.
B 씨 일당은 3금융권에서마저 거부당한 사람은 더욱 절박하게 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3금융권의 법정 최고이자율은 연간 24%여서 100만 원을 빌리면 연간 최대 24만 원을 이자로 내면 된다. 이를 1주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000원이다. 하지만 B 씨 일당은 100만 원을 빌려주면서 1주에 40만 원의 이자를 물리는 방식으로 연 5214%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적용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A 씨처럼 코로나19 여파로 부도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사회 초년생이었다. 2019년 12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에서 7900명이 피해를 입었다. 대출 계약서에는 부모와 배우자, 친척의 연락처와 직장명을 적도록 했다.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이용해 돈을 갚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 전화해 협박했다.
총책인 B 씨는 부산과 서울, 대구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채무자를 모집하고 이자를 수금하는 조직을 꾸려 기업형으로 대부업을 벌였다. 지역마다 팀장 1명에 3∼9명의 조직원을 뒀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400억 원을 빌려주고 146억 원의 불법 이자 수익을 챙겼다. 뜯어낸 돈은 B 씨가 30%, 팀장이 30%, 조직원들이 40%씩 나눠가졌다. B 씨 혼자 챙긴 금액만 42억 원에 달했다.
B 씨 등은 이 돈으로 부산의 최고급 아파트인 해운대 엘시티 등 아파트 4채와 롤스로이스, 포르셰 등 고급 외제차, 고급 요트 등을 사들여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
이들 일당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엘시티 아파트 3곳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업무 장소를 바꿨다. 경찰이 수색영장이 없으면 쉽게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사무실 한 곳을 임차하는 데만 보증금 3억 원에 500만 원의 월세를 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7월 B 씨를 대부업 등의 등록과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달 팀장과 조직원 등 4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도권 대출이 막혀 안 그래도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이 이들의 범행으로 설상가상의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 뉴스1
지난해 12월 부산에 사는 자영업자 A 씨는 “돈을 빌려주겠다”는 한 대부업자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사를 거의 못 하는 바람에 50만 원의 대출이자를 못 내 당장 가게가 압류될 처지였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물론이고 ‘비대면 즉시대출’이 가능하다는 대부업체까지 문을 두드렸지만 신용이 너무 낮은 A 씨는 돈을 빌리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걸려온 대부업자의 전화는 A 씨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다. 하지만 혹독한 조건이 붙었다. 100만 원을 빌리면 40만 원의 선이자를 떼고 60만 원을 준다고 했다. 또 1주일 내 100만 원을 갚지 않으면 매주 40만 원의 이자가 추가 부과되는 조건이었다. A 씨는 다급한 마음에 일단 대출을 받았지만 1주일 뒤 100만 원을 갚지 못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자 이자는 320만 원으로 불어 순식간에 원금의 5배가 되어 있었다.
A 씨에게 접근한 고리대금업자는 B 씨(45) 일당의 조직원이었다. 이들은 정부에 등록된 대부업체 등 제3금융권으로부터 ‘대출 반려자 명단’을 불법적으로 사들였다. 대부업체들이 돈을 빌려줘 봤자 회수할 가능성이 낮은 최저 신용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정리한 자료였다. A 씨도 그 명단에 있었다.
B 씨 일당은 3금융권에서마저 거부당한 사람은 더욱 절박하게 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3금융권의 법정 최고이자율은 연간 24%여서 100만 원을 빌리면 연간 최대 24만 원을 이자로 내면 된다. 이를 1주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5000원이다. 하지만 B 씨 일당은 100만 원을 빌려주면서 1주에 40만 원의 이자를 물리는 방식으로 연 5214%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금리를 적용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A 씨처럼 코로나19 여파로 부도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사회 초년생이었다. 2019년 12월부터 올 4월까지 전국에서 7900명이 피해를 입었다. 대출 계약서에는 부모와 배우자, 친척의 연락처와 직장명을 적도록 했다.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이용해 돈을 갚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 전화해 협박했다.
총책인 B 씨는 부산과 서울, 대구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채무자를 모집하고 이자를 수금하는 조직을 꾸려 기업형으로 대부업을 벌였다. 지역마다 팀장 1명에 3∼9명의 조직원을 뒀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400억 원을 빌려주고 146억 원의 불법 이자 수익을 챙겼다. 뜯어낸 돈은 B 씨가 30%, 팀장이 30%, 조직원들이 40%씩 나눠가졌다. B 씨 혼자 챙긴 금액만 42억 원에 달했다.
B 씨 등은 이 돈으로 부산의 최고급 아파트인 해운대 엘시티 등 아파트 4채와 롤스로이스, 포르셰 등 고급 외제차, 고급 요트 등을 사들여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
이들 일당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엘시티 아파트 3곳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업무 장소를 바꿨다. 경찰이 수색영장이 없으면 쉽게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사무실 한 곳을 임차하는 데만 보증금 3억 원에 500만 원의 월세를 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7월 B 씨를 대부업 등의 등록과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달 팀장과 조직원 등 4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도권 대출이 막혀 안 그래도 벼랑 끝에 몰린 취약계층이 이들의 범행으로 설상가상의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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