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공룡 GE, 결국 항공-헬스케어-에너지 3개사로 쪼갠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11-11 03:00 수정 2021-11-11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129년 전통… 한때 시총 세계 1위
잭 웰치 지휘 아래 전성기 누리다 금융위기 못넘고 기업 분할 운명
월가 호평-부활 회의론 갈려



129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항공과 헬스케어, 에너지 등 3개 부문으로 쪼개진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잭 웰치의 지휘 아래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GE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여러 기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9일(현지 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항공 부문은 지금의 GE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의 지분을 19.9% 소유할 예정이다. 로런스 컬프 현 GE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항공사업 부문만 이끌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비상임 의장을 겸임한다. 컬프 CEO는 이날 성명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3개의 글로벌 기업을 설립함으로써 각각의 기업들이 더 높은 집중도와 자원 배분, 전략적 유연성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GE는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공동 창업한 미국 굴지의 기업이다. 전기조명 기업을 모태로 출발한 GE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대공황을 견뎌내면서 가전과 제트엔진, 파워터빈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기업으로 성장세를 거듭해 왔다. 1980, 90년대에는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를 CEO로 맞아 전성기를 누렸다. 이때 GE는 제조업에 편중된 사업부문을 확장해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하고 NBC를 인수해 방송사업에도 손을 댔다. 2000년에는 시가총액이 약 6000억 달러까지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에도 올랐다.

그러나 GE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GE캐피털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며 경영난을 겪게 됐고, 전통 제조업은 애플 구글 등 디지털 기업들에 밀려났다. GE는 사업 구조조정과 CEO 교체 등을 통해 재기를 도모했지만 혁신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2018년에는 1907년부터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도 퇴출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한 때 500달러를 넘보던 주가는 지금은 100달러 초반(시가총액 약 1200억 달러)으로 내려왔다.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컬프 CEO는 구조조정을 통해 GE의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회사를 3개로 나누겠다는 이날 GE의 결정은 대체로 월가의 호평을 받았지만 660억 달러(약 78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이유로 GE의 부활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