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이루려면 수소터빈 기술 활용전략 세워야 [기고/송성진]

동아일보

입력 2021-11-11 03:00 수정 202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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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송성진 교수·전 미국기계학회(ASME) 가스터빈학회장

송성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송성진 교수·전 미국기계학회(ASME) 가스터빈학회장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약속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인 2018년 대비 40% 감축의 구체적인 방법을 놓고 정부와 학계, 기업,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십 년간 가스터빈 기술을 연구해 온 필자는 수소터빈을 ‘2050 탄소중립’에 필요한 주요 기술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수소터빈은 가스터빈을 사용해 기존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섞은 연료를 연소(수소 혼소)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고온·고압의 가스를 팽창시켜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수소터빈은 현재 국내 전력 생산량의 약 26%를 차지하는 기존 LNG 복합발전 가스터빈의 일부만을 개조 또는 새로 제작해 사용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 속도에 맞춰 LNG와 수소를 탄력적으로 혼합해 발전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경제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탄소 및 질소산화물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 한계를 수소터빈 발전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 자산들이 퇴출되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수소터빈기술은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해 줄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기존 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규모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신규 발전소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의 민원을 고려해 보면, 기존 LNG 발전소의 가스터빈을 개조 또는 교체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수소터빈은 반드시 활용해야 할 기술이다.

주요 가스터빈 제조사들의 수소터빈 기술 개발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네덜란드에 있는 다우-듀폰의 열병합발전소와 미국 인디애나에 있는 복합화력발전소는 기존의 노후 가스터빈을 개조해 5∼35% 수소를 넣은 수소터빈을 상업운전하고 있다. 또 고온 연소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인 질소산화물(NOx)도 수소 65% 혼소 시 9ppm 이하로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별도의 선택적 촉매반응(SCR) 장착 없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규제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다행히 국내 기업들도 수소터빈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도 기존 LNG 발전시설을 개조해 실증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의구심과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 정부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우려 및 수소터빈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으나 필자의 견해로는 수소터빈 발전은 충분히 적용 가능한 기술이며 이미 상용화된 사례들이나 주요 기업들의 기술력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모든 기술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송성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송성진 교수·전 미국기계학회(ASME) 가스터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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