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투자 확대… 재무건전성 확보해 흑자 전환 성공

태현지 기자

입력 2021-11-11 03:00 수정 202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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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오리엔트정공
전기차-자율주행차에 선제적 투자… 지난해부터 원가 절감 노력 이어와
내년 약 1000억 원 매출 달성 기대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오리엔트정공 2공장 전경. ㈜오리엔트정공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미쳤다. 친환경 미래차 시장 또한 타격을 받으면서 미래시장을 선도적으로 준비하던 부품 및 완성차 업체들의 성장도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친환경 미래차 시장에 빠르게 뛰어들었던 자동차부품 전문생산업체인 ㈜오리엔트정공도 타격을 입은 업체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무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유럽연합(EU) 주도로 친환경 탄소중립 기조가 확연해졌고, 친환경차 부문 펜트업(억눌려 있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일찍이 공격적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투자를 대폭 늘린 오리엔트정공의 회복세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올해 2분기(4∼6월) 실적에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올해 하반기 성공적인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하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 올해 삼정KPMG와 계약을 맺고 내부회계 관리 제도를 큰 폭으로 손보면서 리스크 요인 제거에 나섰고, 최근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본잠식률 개선이 착실히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등 미래차 부문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커진다.


미래사업 투자와 공장 혁신 맞물려 흑자 전환 성공


㈜오리엔트정공 2공장 내부 사진.
오리엔트정공 측은 “양산 1년 전 원가관리에 들어가 양산 시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TFT) 활동을 전개했고, 품질비용, 물류비용, 재고비용 등 원가 낭비 요소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면서 “이를 통해 기존 대비 10% 이상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원가 절감 노하우가 쌓인 만큼 회사 재무구조 개선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자동화 등 생산설비 고도화에 과감하게 투자해 불량률 ‘0’ 수준으로 품질 수준을 높인 것과 생산 효율성을 향상시킨 점도 흑자 전환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리엔트정공은 무엇보다 사업성 자체가 개선된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기존 사업영역에서 매출 확대가 점진적으로 이뤄졌는데, 차량 경량화 부품부터 샤시 부품에 이르기까지 매출이 각 영역별로 20% 이상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미래차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사업 부문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인상적이다. 오리엔트정공 관계자는 “전자제어식 조향시스템(SBW) 기술 개발과 사업 관련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서 고객사 확보 등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오리엔트정공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SBW 등 미래차 관련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올해 들어서 비로소 성과가 나타났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매출로 연결되며 사업 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리엔트정공 3공장 내부 사진.
SBW는 전기 신호로 차량 방향을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필수품으로 꼽힌다. 오리엔트정공은 기존 프레스 방식 대신 정밀 소결공정으로 SBW 부품을 생산하면서 성능과 원가경쟁력 모두 높였다. 이에 회사 측은 8월 제3공장을 증설해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하는 한편 고객사와 30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5월 SBW의 생산을 시작하면 사업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친환경차 신규 수주와 고객사 요청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서 4, 5공장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오리엔트정공의 이번 SBW 생산라인 증축은 지난해 10월 1500평 규모 경북 구미 제2공장을 3개동으로 확장한 데 이어 또다시 시설 부문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설비투자를 통해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친환경차, 차량 경량화 부품 관련 경쟁력 확보 등 신성장동력을 위한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기술 투자도 눈길을 끈다. 내년 9월까지 SBW 생산라인 구축에 투자해 2023년까지 400만 대 생산이 가능하게끔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서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불리는 레이더·라이다 관련 부품, 수소차의 공기 압축기 부품 등에 대해서도 2023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현재 정부연구기관과 협업해 고방열·고강도의 신소재 개발을 통한 차량 경량화 부품과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부품에 대한 개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수소차 시장 확대 ‘기대감’


오리엔트정공은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차 기술에 투자를 가속화해 전기차와 수소차 부문서도 수주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소재 개발을 위한 R&D 연구소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전기차 감속기와 관련해 하우징(알루미늄) 생산라인을 구축해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준비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감속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단감속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배터리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연구기관 및 벤처기업과 손잡고 열 방출 성능이 뛰어난 케이스 선행 개발에도 들어갔다. 테슬라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전기차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생산 솔루션 업체들이 열 관리 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오리엔트정공 또한 기술 제안에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소차 관련해서는 현대차 계열사로부터 수소 공기 압축기 부품을 수주해 개발 중이다. 특히 연료전지의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막전극접합체(MEA) 분리막 제조원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공법도 선행 개발을 추진 중이며, 효율이 높은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리엔트정공은 앞으로 미래차의 핵심 경쟁력이 경량화에 달려 있다고 보고 알루미늄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완성차들이 알루미늄 차량 부품의 적용 범위를 현재 대비 2배 이상 높인다는 방침인 데다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조시스템 등을 강화하고 있어 고강도 고방열 알루미늄 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오리엔트정공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매출이 성장세에 접어든 가운데 반도체 물량 부족 사태에도 8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엔트정공 측은 내년엔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주요 부품 공급 차질 속에서도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오리엔트정공 박영동 대표는 “기존 주력사업을 강화하면서 품질관리를 극대화하고,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이 될 자율주행차,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의 친환경차·전기차·수소차 수주 확대로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업무 효율 높이는 데 집중… 생산력-수익률 끌어올린다”
박영동 ㈜오리엔트정공 대표 인터뷰


오리엔트정공은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 구매본부 상무 출신인 박영동 대표(사진)를 영입한 이래 큰 폭의 혁신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박 대표 체제에서 선제적 원가 관리 시스템 도입과 공장 자동화를 통한 물류·재고관리 시스템 개선, 품질 개선 시스템 가동 등을 통해 공장 혁신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사업 진행에 있어서 효율성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라며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곧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고 이는 곧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취임 이래 계속 사내 시스템을 재정립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상생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상생’에 대해 “특히나 다양한 소재의 부품의 집합체인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는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협력업체들과 원활한 협업이 있었기에 오리엔트정공이 있는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향후 사업 전략을 묻는 질문엔 그린뉴딜 정책이 오리엔트정공의 미래와 부합되는 부분이 많다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짜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그린뉴딜 정책으로 인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업이 각광받고 있으며, 오리엔트정공도 그와 같은 흐름에 발맞춰 간다는 방침이다.

또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투명한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Go Green, Go Orien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 초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친환경자동차 부품 기업을 넘어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ESG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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