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일인데, 물가 또 오르네…‘요소수 대란’ 그 아픈 전말

뉴스1

입력 2021-11-10 07:16 수정 2021-11-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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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요소수 통을 바라보는 생산업체 관계자. 2021.11.9/뉴스1
‘중국의 석탄·전력난이 나비효과로 불러낸 요소수 품귀 사태.’

이달 들어 심각해진 요소수 대란으로 국내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남은 재고량은 한 달치로 추정된다. 반면에 지금껏 추가 공급이 계획된 물량은 10여일치에 불과하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를 비롯한 건설·정유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대중교통 마비를 포함한 일상의 피해도 예상된다.

사회 곳곳에서는 요소수 품귀와 관련한 여러 요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화물·건설 업계에선 정부에 ‘국가 보상’을 촉구 중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예상 가능했던 인재(人災)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소수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요소수는 경유차(디젤차)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액체로, 석탄에서 추출한 요소를 원료로 만든다. 정제수 67.5%에 요소 32.5%를 섞어 만들며, 일단 재료만 있으면 하루 안에라도 공급할 수 있는 촉매제다.

요소수가 중요한 이유는 대다수 경유차인 화물차를 굴리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유차는 국내에서 2015년부터 배출가스 저감장치(SCR) 부착이 의무화됐는데, 여기에 요소수를 넣어야만 운행이 가능하다. SCR이 붙은 차량에 요소수를 넣지 않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200만대가 넘는 경유차의 배출가스 프로그램을 전부 바꾸기는 힘들다. 완성차 제작사 1곳만 해도 관련 차종이 30여개가 넘는다. 해제 프로그램을 각각 개발하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엄청난 비용이 든다.

법적으로도 SCR 관련 특허권을 외국 회사에서 가지고 있기에 협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결국 요소수 수급이 끝내 안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국내 화물차·버스 등의 운행이 멈출 가능성까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디젤 화물차의 60%인 약 200만대는 요소수 없이 운행할 수 없는 차량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노선버스 5만대 중 요소수가 필요한 규모는 2만여대에 달한다.

벌써부터 물류 업계에서는 화물차 운행 중지에 따른 운임비 상승을 토로 중이다.

소방관이 차량에 옮겨진 유소수를 바라보고 있다. 2021.11.9/뉴스1
-요소수 품귀가 시작된 원인은.

▶요소수 원료인 요소 자체의 수입이 끊기면서 이번 사태가 촉발했다.

근원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10월, 중국은 호주가 자국과 분쟁 중인 미국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중국에서는 석탄 부족과 전력난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세계 경제 회복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늘고, 중국에서도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대란이 일었다.

겨울 밀 수확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요소로 만드는 비료의 가격도 치솟았다.

이에 중국은 지난달 중순 요소에 대해 수출화물표지(CIQ) 의무화 제도를 시행, 요소 수출을 제한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1~9월 산업용 요소의 97%를 중국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88%다. 중국이 수출 제한을 풀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공급난이 수개월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요소수 국내 생산, 힘든가?

▶요소수 생산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 요소 생산 시설이 있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값싼 중국산과 비교해 국내산은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정부는 전날 범부처 대응 회의에서 민간 업체가 보유한 요소 3000톤(차량용 2000t, 산업용 1000t)을 확인했다면서 이를 요소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요소 2000톤을 요소수로 전환하면 약 600만ℓ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10일 조금 모자라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정부는 또한 모든 외교 채널을 동원해 중국에 요소 통관 절차를 신속히 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과 국내에 들여오기로 계약한 요소 중 신속 수입을 목표로 하는 물량은 대략 1만8000t에 해당한다. 외교부는 수출 전 검사를 이미 신청한 7000여톤(약 35일치)의 경우 최대한 빠른 통관이 이뤄지도록 중국과 접촉 중이다.

이밖에 매점매석 금지·단속에도 들어갔다.

수입 물량을 적기에 들여오기 위해 차량용 요소수 통관 기간을 20여일에서 3~5일로 대폭 줄이고, 현재 5~6.5% 수준인 요소 관세는 0%로 내렸다.

요소수 업체에 생산·공급·출고 명령과 함께 판매 방식까지 지정 가능한 ‘긴급수급조정조치’도 이번 주 시행하기로 했다.


-요소수 대란 후 대체 수입 현황은.

▶정부는 앞서 호주에서 요소수 2만7000ℓ를 수입하기로 하고, 이르면 10일 긴급 공수를 위한 군 수송기를 띄우기로 했다.

베트남에서도 다음 주 차량용 요소 200톤(요소수로는 약 60만ℓ)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는 환경부가 추산한 국내 일일 사용량 60만ℓ를 고려했을 때, 각각 하루도 안 되거나, 겨우 하루에 해당하는 양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이번 요소수 품귀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면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 국내 생산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자체 생산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일본은 요소의 원료가 되는 암모니아의 국내 수요 80% 정도를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약 36만4000톤의 요소를 생산했다.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요소 외에도 코로나19 이후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은 탈(脫)세계화 흐름을 거치면서 재편될 것으로 공공연하게 예측돼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을 겪으면서 주요 수입 품목의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절감한 바 있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관한 예견에도 선제 대응하지 못했던 점은 뼈아픈 실책으로 지목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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