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MZ세대와 브랜드 공동창작… 강력한 팬덤이 경쟁력

김윤진 기자

입력 2021-11-10 03:00 수정 2021-11-1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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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러웍스’ 브랜딩 전략

모베러웍스는 자체 브랜드 제작을 넘어 기업 파트너들과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1년 여름 뉴발란스 200여 개 매장에 선보인 두 회사의 컬래버레이션 상품 홍보 포스터(위)와 모베러웍스 자체 제작 굿즈들(아래). 모베러웍스 제공

2019년 8월 등장한 ‘모베러웍스’는 MZ세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오뚜기, 롯데월드, 뉴발란스, 신한카드 등 기성 기업과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하고 있다. 라인프렌즈 출신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이 안정적인 회사를 뛰쳐나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때만 해도 이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은 일상의 기록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기록의 매체가 된 채널 ‘모티비’는 약 5만 명의 충성 구독자를 확보하며 팬덤을 구축했고, 이들이 2021년 5월 펴낸 책 ‘프리워커스’는 출간 하루 만에 경제 경영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모베러웍스가 한 일은 신생 브랜드의 이름을 짓고, 마스코트 캐릭터를 그리고,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거나 조력자를 찾아 헤매는 등 맨땅에서 발로 뛰는 과정을 영상으로 공개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제도권 안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대거 공유하면서도 제도권 밖에서 관성 타파를 외치는 모베러웍스의 행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M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MZ세대와의 적극적인 교감, 연결을 무기로 ‘힙함’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모베러웍스의 브랜딩 전략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1년 10월 2호(331호) 케이스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팬과 함께 만드는 유기적 브랜딩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모베러웍스가 중요하게 생각한 첫 번째 요소는 ‘가벼움’이었다. 일터 안에서 금기시될 법한, 다소 노골적이고 천박한 생각도 너무 무겁지 않게 꺼내려면 웃음을 유발하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욕망을 반영한 ‘스몰 워크 빅 머니(Small Work Big Money)’ ‘ASAP(As Slow As Possible)’ ‘TMI(Too Much Income)’ 등 농담과 진담을 절묘하게 섞은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 이유였다.

모베러웍스가 강조한 브랜드의 두 번째 요소는 ‘솔직함’이었다. 이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근사한 결과물이나 시각적인 로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라고 정의했다. 회의 안건을 없애자면서 숱한 회의를 거듭하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밤샘 일을 하는 모순적인 모습조차 그들 자체였기에 숨김 없이 인정했다. 조롱을 당하거나 비웃음을 살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작업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자 이들의 여정을 응원하는 팬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완성한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참여감’이었다. 팬들이 참여하고 있는 느낌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게 모베러웍스의 철학이었다. 이들은 자사의 로고를 디자인하는 실험을 위해 팬덤의 힘을 총동원했다. 브랜드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직접 생산하면서 성장하길 원하는 MZ세대와 공동 창작에 나선 것이다. 모베러웍스에서 연상되는 키워드를 마음껏 던져달라고 요청한 뒤 댓글로 받은 키워드를 합치고 변형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체화했고, 이렇게 함께 만든 로고를 팬들의 이름으로 디자인어워드에까지 출품했다. 팬들의 의견이 제품 제조 과정에도 반영되자 팬덤의 힘은 더욱 커졌다. 2020년 5월 1일 노동절을 기념해 서울 경의선 숲길에서 연 모베러웍스의 첫 팝업스토어에는 열흘간 7000명의 방문객이 긴 행렬을 이뤘으며, 2021년 5월 1일 홍대 무신사테라스에서 연 팝업스토어에도 오픈과 동시에 1만 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 공동 창작 실험의 확장
이렇게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고 팬과 함께 브랜딩하는 참신한 시도로 이름을 알린 모베러웍스는 자사 브랜드 구축뿐만 아니라 기업 파트너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로까지 이 공동 창작 실험을 확장했다. 제품 및 서비스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젊은 소비자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 것이다. 모베러웍스는 소통의 창구를 열기 위한 기업들의 협업 요청에 기꺼이 화답하면서도 과거 외주사들이 일하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거부했다. 모베러웍스의 주력 무기가 팬들과의 소통인데 외주 브랜드 제작이라고 해서 물밑에서만 진행하라는 법은 없었다. 이에 모베러웍스는 고객과의 협업도 암실에서 비밀스럽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로 녹여내고 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고는 오뚜기의 누룽지를 ‘한국형 시리얼’로 재탄생시키고, 롯데월드 캐릭터들의 활동 무대를 잠실 테마파크 밖으로 확장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의 구상과 진행 과정을 전부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이처럼 오뚜기, 롯데월드, 뉴발란스 등 모베러웍스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파트너와 손을 잡자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수평적 협업도 가능해졌다. 탄탄한 팬덤을 등에 업은 브랜딩 실험이 이전까지 ‘갑을 관계’로 알려져 있던 클라이언트사들과의 협업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과거에는 외주 디자인 회사가 일방적으로 기업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구조였지만 프로젝트의 전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는 상황에선 클라이언트들도 팬들의 반응을 살피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기업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최종 소비자이자 홍보대사로서 활약하게 될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양 사가 함께 성공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베러웍스는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파는’ 회사를 표방하면서 파트너십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모베러웍스 측은 “앞으로도 팬들이 브랜드의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소비하면서 즐거움을 얻고 공감할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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