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보 활용해 ‘3기 신도시 투기’…LH 직원, 왜 무죄 나왔나

뉴시스

입력 2021-11-09 23:02:00 수정 2021-11-09 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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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전에 사업대상지인 경기 광명시흥지구 일대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매입으로 투기 의혹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을 선고이유로 밝혀 향후 부실 수사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남천규)는 9일 오후 열린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부패방지및국민권익위원회의설치와운영에관한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LH 직원 A씨와 지인 B씨, 친인척 C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선고에서 A씨가 업무상 비밀을 취득했는지와 그가 취득한 정보가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를 통해 얼마나 규명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우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내용을 보면 A씨가 취득한 특정정보 내용을 ‘기존과 달리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주민참여)으로 취락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사정’으로 적시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들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부패방지법에 의거해 A씨가 업무처리 과정에서 검찰 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를 알게 됐고 그 정보가 비밀에 해당돼야 한다”며 “게다가 이를 이용해 재물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고, 공동피고인 B씨와 C씨와의 공모 및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돼야 한다”고 양형의 잣대가 되는 기준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가 LH 모 사업단 부장대우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특별관리지역 취락정비업무 일환인 공무상 출장으로 2017년 2월 28일 개발 해제지역의 계획적 관리를 위한 T/F 킥오프 회의에 참석하는 등 업무 관련성은 인정했다.

이 회의가 열리고 일주일 후인 3월 7일 B씨와 C씨 등 2명은 그 주변에 토지를 매입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A씨가 킥오프 회의 이전에 이 사건 정보를 알게 됐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킥오프 회의에서 이 사건 정보가 논의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법원이 채택·조사한 증거를 봐도 킥오프 회의에서 각 취락정비구역이 개별적으로 개발될 경우 발생하는 기반시설 설치 및 비용분담 문제와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락정비구역 뿐만 아니라 유보지를 포함한 특별관리지역 전체에 대한 통합개발 필요성에 대해 논의된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고 강조하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킥오프 회의에서 이 사건 정보가 논의됐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킥오프 회의에 참석한 A씨가 당시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기존과 달리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취락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예측 가능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당시 킥오프 회의에서 논의된 통합개발 필요성 의미에 대해 이전까지 추진되던 ‘유보지를 제외한 취락정비구역에 대한 환지방식의 개발’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보로 판단했다. 특히 해당 킥오프 회의에서 논의된 통합개발에 관한 내용 업무상 비밀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은 TF 구성 운영방안 및 킥오프 회의를 기안하고 킥오프 회의 결과 보고와 사업추진전략보고를 직접 작성한 증인 D씨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킥오프 회의 내용을 ‘기존과 달리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취락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파악해 공소를 제기했다”고 검찰의 수사내용을 꼬집었다.

재판부는 또 “킥오프 회의의 정보가 업무상 비밀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거나 이를 이용한 사실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해도,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비밀의 내용과 다른 정보를 범죄사실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비밀로서 특정된 이 사건 정보가 부패방지법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피고인들이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였는지, B씨와 C씨의 공모 및 기능적 행위지배에 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공소 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이 취득한 토지 4필지와 건물이 위치한 광명시 노온사동을 비롯해 같은 지역의 광명동, 옥길동, 가학동 및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등은 당초 개발제한구역에 속한 땅이었다.

정부는 2010년 5월 주택 개발을 위해 이 지역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지만, 주택수요 하락 등 부동산 경기침체 및 일부 주민들의 개발 반대여론 등으로 2015년 4월 공동주택지구에서 해제됐다.

당시 정부는 난개발 우려 등을 이유로 공동주택 특별법에 따라 이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변경했고, LH는 2016년 11월 내부적으로 ‘특별관리지역 내 우량후보지를 적극 발굴’ 방침에 따라 LH가 주도하는 개발사업 후보지 발굴·선정 등 업무를 진행했다.

검찰은 2017년 2월 LH가 해당 지역의 계획적 관리를 위한 TF를 구성했고, A씨가 관련 회의에 참석하면서 ‘LH가 사업시행자로서 참여하는 방식의 취락정비사업 통합개발’ 의견을 취득한 뒤 그 인근에 위치한 토지를 매수한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은 이번 무죄 선고로 A씨 등에 대한 혐의를 다시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LH발(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대장 송병일)가 당초 투기 몸통으로 지목됐던 또 다른 LH 직원인 일명 ‘강사장’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A씨에 대한 투기 정황을 발견, 수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 4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와 B씨, C씨를 순차적으로 구속하고, 이들이 투기한 혐의가 있는 토지(1만7000㎡)에 대해 법원에 부동산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이들은 매입 당시 해당 부동산을 25억 원 가량에 사들였으며, 경찰이 구속할 당시 기준 약 100여억원으로 시세가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번 재판 결과에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강사장’보다 혐의가 더 중하다고 보고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초기에 가장 우선적으로 A씨 구속까지 이끌어낸 뒤 검찰에 사건을 넘겼는데,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을 거친 뒤 1심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이다.

법원은 당시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A씨 등 3명은 이날 무죄를 선고받아 수감돼 있던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즉시 석방됐다.

검찰 측은 재판부로부터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이를 면밀히 분석한 뒤 항소여부 및 향후 어떻게 항소심 재판을 대응할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받아 이를 분석해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제 재판부에서 선고된 상황으로 판결문에 대한 법리 및 증거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검찰 입장을)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안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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