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유예’까지 꺼내든 與, 재난금 드라이브…野 “세금 밑장빼기”

최혜령 기자 , 유성열 기자

입력 2021-11-09 20:04 수정 2021-11-0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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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더불어민주당이 ‘세금 유예’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이재명표 재난지원금’ 추진에 필요한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재난지원금에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세금을 내년에 걷더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하려면 정부, 야당과도 협의가 필요해 예산 심사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방역물품 구입 지원용” 지원금 공식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1.9/뉴스1 (서울=뉴스1)
민주당은 방역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7조~8조 원의 세금 납부를 내년으로 미루고, 지방비를 더해 1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소득세에서 3조 원 가량을, 부가가치세에서 2조 원, 주류세와 유류세 등에서 2조 원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당시에도 총 예산 14조3000억 원 중 지방비로 2조1000억 원을 조달한 예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세금을 미뤄가면서까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올해 초과 세수가 생기더라도 국가재정법상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추산하는 올해 초과 세수는 10조~15조 원 가량이다. 이 중 상당부분은 지방교부금과 자금 상환 등에 써야 해 가용자원은 3조, 4조 원 남짓이다.

사실상 재난지원금이지만 ‘방역지원금’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주장을 지나치게 옹호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민들이 장기간 마스크를 써야 하고, 손세정제 등 여러 위생용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강력하게 주장해 온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재난지원금이 카드 포인트로 지급돼 카드사만 배불렸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새로운 예산 항목을 만들어야 해 정부 동의가 필수적인 재난지원금 대신 기존 방역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방역지원금을 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 野 “노골적인 매표전략” 비판
재정당국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방역지원금에 대해 “올해 손실보상 등까지 약 5차례 걸쳐 지원한 내용들을 최대한 잘 마무리하는 것에 금년도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국민 위해 국가가 처음 보답한 게 재난지원금인데 고민이 필요하다”는 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요청에도 “예전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때는 금융기관 리스크가 상당히 컸던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그런 위기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며 대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2021.11.8/뉴스1 (서울=뉴스1)
야당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재정을 자기들 통장예금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가 없다”며 “국가재정을 정치자금으로 쓰려는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신개념 ‘세금 밑장빼기’라 할 수 있다”며 “선거에 매몰된 포퓰리즘으로 망국의 길을 걷겠다는 집권여당의 대선 전략은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노골적인 매표 전략은 되레 국민들의 거부감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지원금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오승재 대변인은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해괴한 이름을 붙였다”고 맹공했다. 제3지대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포퓰리즘 선거전략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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