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명의로 리무진 이용한 사주 아들…국세청, 기업 30곳 세무조사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11-09 19:00 수정 2021-11-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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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제공) © 뉴스1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대기업 A 사는 출근하지 않은 사주일가에 수십억 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회사 운영에 쓰일 돈이 고스란히 사주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사주의 장남은 고액의 급여를 받으며 회사 명의로 고가의 리무진 차량을 이용했다. 차량유지비용은 회사가 부담했다. 사주는 수십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매매하며 얻은 소득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광고 대행을 맡겨 일종의 ‘통행세’를 챙겨주기도 했다.

#2. 약품 도매업을 하는 B 사는 거래처 병원장의 자녀 명의로 설립한 회사를 약품 거래 과정에 끼워줬다. 국세청은 B 사가 사실상 변칙적인 방법으로 이 병원장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처럼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매출이 늘어난 정보기술(IT), 바이오, 게임, 부동산 등 호황업종 가운데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사주일가에 고액 급여와 배당을 주고 법인 명의로 사치품을 구입해 사주일가에 제공한 12곳 △사주자녀 명의로 회사를 설립해 통행세를 주는 방식으로 부를 편법이전한 9곳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변칙 자본거래 등 대기업의 탈루를 모방한 중견기업 9곳 등이다. 조사 업체의 지난해 평균 매출은 전년에 비해 6.4% 증가했다. 사주일가의 총 재산은 지난해 기준 약 9조3000억 원이었다. 사주일가가 보유한 재산은 기업 1곳당 평균 3103억 원이었다.

세무조사를 받게 된 회사들은 법인 명의로 슈퍼카와 호화리조트 회원권, 고가 미술품 등을 구입했다. 사주일가가 이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고액 급여와 배당을 통해 기업이익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를 자녀 명의로 설립해 사업기회를 주거나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등으로 부를 변칙적으로 이전한 업체도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부동산을 시중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이전하거나 무상으로 주는 편법 지원도 적발됐다. 차명으로 소유한 해외법인과 부당거래를 통해 기업이익을 해외로 유출한 중견기업도 있었다.

국세청은 경제위기에 편승해 부를 무상으로 이전하거나 사주일가가 기업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조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세금 포탈 행위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업 30곳의 사주와 사주일가 모두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반사회적 탈세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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