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없어 굶어 죽을 판”…중고거래 공간마다 절절한 구매사연

뉴스1

입력 2021-11-09 08:31 수정 2021-11-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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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한 요소수 생산·판매 업체 앞에 빈통만 남은 원료통이 놓여 있다. 중국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전국적으로 공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2021.11.4/뉴스1 © News1

“당장 내일부터 일을 못해요. 요소수 좀 팔아주세요.”

요소수 대란 속에 정부가 지난 8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서자 각종 온라인 공간에서 요소수 판매글이 자취를 감췄지만 당장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게 된 생계형 디젤차량 운전자들의 ‘요소수 구합니다’라는 절절한 글들은 계속 넘쳐나고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 ‘벼룩시장’,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에는 주말까지 꾸준히 올라오던 요소수 판매글들이 이날 일제히 사라졌다. 그러나 화물차나 택배차량 등 개인 사업자 중심 디젤차량 소유자들은 여전히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고양·파주권역의 ‘당근마켓’에도 지난 1주일간 100여건이 넘는 요소수 매입 희망 글들이 올라왔다.

단순히 ‘구입 원한다’는 짧은 글도 있지만 자신의 사연을 올리며 꼭 팔아달라는 내용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많은 글은 운행에 나선 남편이나 아버지 대신 구입에 나선 ‘대리구매형’이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요소수 구합니다’ 희망글들. © 뉴스1
당근마켓의 아이디 ‘삐xx’는 “저희 아버지 생계가 달렸습니다. 큰 덤프트럭이라 일주일에 두통씩 들어가요”라고 하소연했다.

아이디 ‘꿀xx’도 “남편이 일을 못 갈거 같아 미치겠습니다. 20리터 넣어야 하는데 장거리를 주로 해서 이틀에 한번을 넣어야 하는데 정말 답답합니다”란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시아버지나 동생, 아들을 대신해 요소수 구입에 나선 가족들의 글이 눈길을 끌었다.

중고거래를 통해 싸게 산 뒤 비싸게 되파는 얌체 사재기꾼들도 늘자 자신은 당장 필요한 실수요자임을 강조하는 ‘인증형’ 글도 늘고 있다.

아이디 ‘soxxxx‘는 “되팔이용이 절대 아닙니다. 파주에서 광양·경주·부산으로 화물 운송을 하고 있습니다. 요소수 때문에 갑자기 직원과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받아 책임감이 큽니다”며 인증으로 공장 실시간 현장 CCTV를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구매희망자는 “10리터짜리 딱 한 개면 됩니다. 쟁여놓고 웃돈 받아 되파는 것 아니고 제가 쓸 거만요. 그 자리에서 차에 부어서 확인도 시켜드릴 수 있어요”라고 절박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많은 구입 희망자들이 자신의 화물차 사진을 올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딱한 처지를 강조하는 ‘읍소형’ 글도 시선을 끌었다.

당근마켓 아이디 ‘cxx’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 때문에 급하게 병원에 갈 일이 있곤 하지만 요소수 사태에 대비하지 못해 차를 세워두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아이디 ‘스리xxx’의 경우 “유치원 통학버스 2대 운행 중인데 차량 내 요소수가 다 떨어져가면서 모두 운행이 중단될 위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유치원을 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하소연했다.

아이디 ‘아빨xx’는 “저는 굶어도 되는데 처자식은 먹여살려야 합니다”라며, ‘당xx’는 “경고등이 이제 곧 들어옵니다. 트럭운행으로 돈을 버는 서른살 청년입니다”라며 절박함과 함께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요소수 부족사태에 감정이 격해진 일부 구매 희망자들의 ‘협박성’ 글도 드물게 눈에 띄었다.

벼룩시장의 한 구매 희망자는 “요소수 유록스 10리터 구매합니다. 싸XX 없게 10만원 받지말고 5만원만 받고 파세요. 좋은 말로 할때 파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산의 한 맘카페 회원은 “코스트코에서 14900원인가 판매했던 요소수를 12만원에 판다고 방금 당근마켓에 글이 올라왔다”는 글을 올리자 ‘당장 신고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편 환경부는 요소수와 원료인 요소 등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가 8일 0시부터 시행됨에 따라 불법 유통을 점검하는 정부 합동단속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양=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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