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떠나고 싶어…자연과 공존하는 국내여행지 6곳

뉴스1

입력 2021-11-08 17:13 수정 2021-11-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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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코로나’ 전환을 맞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여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환경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착한여행이나 공정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불편한 여행법’이 떠오르고 있다.

조깅을 하며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거나,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 중에 친환경 활동을 실천한다. 최근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를 인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 테마를 ‘환경을 지키는 착한 발걸음’으로 두고, 이에 맞는 여행지 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6곳은 친환경 프로그램과 지킴이,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캠핑이나 숙박지 그리고 자연을 상실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지이다. 물론, 가을 풍경도 놓치지 않았다.

단, 여행지 방문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입장이 제한되는 등 변동 여지가 있으므로 개방여부·개방시간·관람방법 등 세부정보를 사전에 관련 지방자치단체, 관광안내소 등에 확인하는 건 필수다.

◇ ‘슬기로운 새활용 생활’의 보고, 서울새활용플라자

버려진 물건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새활용(upcycling)이 각광 받는다. 새활용은 폐자원에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더해 새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 가면 플라스틱 500여개로 만든 고래와 다 쓴 택배 상자로 만든 하마가 로비에서 여행자를 맞이한다. 1층에는 친환경 생활 방식이 엿보이는 ‘새활용하우스’, 제품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빌려주는 ‘꿈꾸는공장’이 있다.

2층은 아이디어 창고다. 우산 원단으로 만든 파우치, 낡은 책으로 만든 예술 작품, 우유갑을 이용한 지갑 등이 전시된다. 3~4층은 새활용 기업의 스튜디오로, 직접 제작하는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하 1층 ‘소재은행’은 기업이나 시민이 기증한 물건을 분해·분류한 공간으로, 새활용 작품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판매한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는 없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둘러본 뒤에는 서울숲으로 가자. 도심 속 녹지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입구에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쌓인 ‘언더스탠드에비뉴’가 눈에 띈다. 취약 계층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문화 공간이다.

여행의 마무리는 성수동카페거리다. 특색 있는 카페가 밀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성지’로 떠올랐다. 하루가 멀다고 색다른 공간이 등장해 문화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 탄소는 빼고 햇살은 더하고, 영월 에코빌리지

영월에 있는 에코빌리지는 ‘의도한 불편’을 통해 자연과 친해지는 공간이다. 전기와 물을 아끼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등 의도한 불편은 자연을 최소한 배려하는 행동이다.

‘제로 하우스’를 지향하는 에코빌리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이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태양열로 객실을 덥힌다. 고성능 창호와 고단열·고기밀 자재를 사용해 열 손실을 줄이고, 객실 내 오염된 공기는 회전형 열교환 장치로 온도와 습도만 회수해 신선한 공기와 함께 다시 공급한다.

태양광만으로 전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계절에는 재생 연료를 사용하는 펠릿 보일러가 보조 전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에코빌리지의 하룻밤은 몸도 마음도, 밤하늘까지 깨끗하다.

에코빌리지는 투숙객이 편안히 별을 감상하도록 매일 밤 9시부터 10분쯤 전체를 소등한다. 잔디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불멍’ 하는 시간도 매력적이다. 스마트폰을 대신할 예쁜 책방이 있고, 온 가족이 즐기는 보드게임도 준비했다.

동강생태정보센터와 영월곤충박물관은 에코빌리지에 머물며 경험한 친환경의 소중함을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체험하는 공간이다. 단종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명승)에서 만나는 울창한 솔숲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의 백미다.

◇ 수달 살던 달천에 솟은 봉우리, 충주 수주팔봉

충주 달천은 수달이 살아 ‘달강’(獺江),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으로 불렸다. 수주팔봉은 송곳바위, 칼바위 등 수려한 봉우리가 물 맑은 달천에 나란히 솟은 모양이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가 수주팔봉의 대표 경관이 됐고, 팔봉마을 앞 자갈밭은 ‘차박’ 캠핑 명소로 소문났다.

달천은 대부분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올갱이(다슬기)가 지천이며, 고라니 목격담도 들을 수 있다. 달천 중·상류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인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팔봉마을 일대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예외적으로 하천 변이 개방됐다.

최근에는 환경문제를 고려해 차박을 하루 120대로 제한한다. 수주팔봉은 팔봉교 지나 오가천 쪽에서 오를 수 있다. 갈라진 칼바위 사이에 출렁다리가 놓였으며, 출렁다리와 전망대에서 보면 달천과 수주팔봉, 팔봉마을이 조화롭게 담긴다. 코로나19 방역 단계에 따라 차박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달천은 탄금호까지 이어진다. 탄금호에는 최근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전기 유람선이 운항을 시작했다. 탄금호가 보이는 무지개길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 재활용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세계 전통 의상을 입고 중앙탑사적공원에서 즐기는 ‘입고놀까’ ‘찍고놀까’ 체험도 흥미롭다. 국내 하나뿐인 충주 고구려비(국보)와 세계무술박물관도 만날 수 있다.

◇ 힘들게 되찾은 바다,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과 태배길

2007년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시커먼 기름이 유출되는 재앙이 발생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 123만여 명이 기름 제거 작업에 동참해 바다를 되살리는 기적을 이뤘다. 이를 기억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사고 현장인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에 유류피해극복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유류 유출 사고의 아픔과 극복 과정, 자원봉사자의 헌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방제 작업을 하러 오가던 길은 ‘태배길’이라는 걷기 코스로 다시 태어났다.

6개 구간으로 조성한 태배길은 유류 유출 피해의 아픔과 극복의 기쁨을 담아 각각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길, 희망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원봉사자의 노고를 되뇌며 한 걸음씩 내딛는 친환경 걷기 코스다.

유류 유출 사고 주요 피해 지역인 만리포해수욕장은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이라는 명성을 되찾았고, 최근 서핑 명소로 자리매김하며 서핑 메카인 미국 캘리포니아에 빗대 ‘만리포니아’라는 애칭도 얻었다. 해수욕장 끝자락에 올 7월 들어선 만리포전망타워와 인근의 천리포수목원까지 돌아보며 우리가 누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해보자.

◇ 들과 강물 따라 걷는 생태 기행, 완주 만경강길

만경강은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전라북도의 젖줄이다. 넉넉한 강물이 들판을 적셔 곡식을 기르고, 멸종 위기종을 포함해 수많은 동식물과 철새의 안식처가 된다. 최근 완주에 건강한 생태계가 살아 있는 만경강을 따라 걷는 길이 생겼다. 본래 있던 산길과 마을 길, 둑길과 자전거도로를 이은 ‘완주 만경강길’이다.

발원지인 동상면 밤샘에서 삼례읍 해전마을까지 약 44km, 7개 코스다. 산길을 걸을 때 강에서 잠시 멀어졌다가 둑길과 자전거길을 만나면 강을 옆구리에 끼고 걸으니 지루하거나 심심할 새가 없다. 청둥오리와 고니(천연기념물)를 보고, 생태계의 보고인 신천습지를 지나고, 해 질 녘 붉은 노을을 눈에 담는다.

만경강을 지키고 보존하는 활동의 중심에 만경강사랑지킴이가 있다. 만경강과 신천습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청소와 교육, 철새탐조여행 등을 기획·운영하는 지역 공동체다.

대아저수지에서 동상저수지로 이어지는 수변 도로는 소문난 드라이브 코스다. 늦가을 화려한 단풍을 감상하며 달리면 힐링이 따로 없다. 조선 시대 석성인 완주 위봉산성(사적)과 위봉사, 위봉폭포(명승)가 멀지 않다. 문화 관광형 테마 장터 고산미소시장 구경도 즐겁다.

◇ ‘플로깅’과 ‘물멍’을 즐기며 자연에 다가가다, 곡성 침실습지

섬진강과 곡성에서 흘러든 하천이 만나는 길목에 형성된 침실습지는 자연에 다가가는 친환경 여행지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어 ‘섬진강의 무릉도원’으로 불리며, 2016년 환경부에서 습지보호지역 22호로 지정했다.

습지는 약 200만㎡ 규모로, 수달(멸종 위기 야생 생물 1급)을 비롯해 650종이 넘는 생물이 살아간다. 청정 지역에 자라는 버드나무 군락이 습지 전역에 있으며, 수풀이 무성하다. 침실습지는 정해진 탐방로가 없어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된다.

습지 인근만 둘러보려면 침실목교와 퐁퐁다리를 왕복한 뒤 생태 관찰 덱을 거쳐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퐁퐁다리 한복판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물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안 복잡하던 머릿속이 말끔히 비워진다. 친환경 여행의 대명사인 ‘플로깅’도 체험할 수 있다.

곡성섬진강기차마을은 4만㎡ 부지에 꾸민 장미공원, 바나나와 카카오나무 등이 자라는 유리온실, 초콜릿을 만들어보는 로즈카카오체험관 등이 들어섰다.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짧은 기차 여행도 해보자. 영화 ‘곡성’을 촬영한 메타세쿼이아길은 하늘 높이 뻗은 나무 사이로 드라이브하기 적당하다. 숲속에 스며든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도림사가 제격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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