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 美기업들 “졸업장-성적표도 안 봐”… 채용 문턱 확 낮췄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11-08 03:00 수정 2021-11-08 13:50
더바디샵, 학력 불문 채용 확대… 신원조회-마약검사 절차도 없애
인력유출 막으려 면접도 간소화… UPS, 2주 걸리던 채용 30분으로
“5년간 이런 추세 유지 된다면 고졸채용 140만명 늘 것” 전망
“눈높이 너무 낮춰 부작용” 우려도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학력, 경력을 따지지 않고 신규 인력 충원에 나서는 등 채용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졸업장이나 성적표를 요구하지 않고, 채용 인터뷰나 절차를 간소화해 구직자들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앞으로 5년 안에 고졸 채용이 140만 명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은 신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학력 조건을 두지 않고 신원 조회 절차도 없앴다. 이 회사는 미국의 실업률이 3.6%까지 떨어졌던 2019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리스트의 물류센터에서 이런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적이 있었다. 더바디샵은 당시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경력을 묻지 않았고, 신원 조회와 마약검사 절차까지 없애버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든 신입 계절노동자 선발 절차에 이 방식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9월 중순 현재 소매, 창고 분야로 확대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채용한 신입사원은 733명. 이 회사가 신규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들에게 물은 것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자격이 있느냐’와 ‘25파운드(약 11.3kg) 무게의 짐을 들 수 있느냐’ 등 두 가지뿐이었다고 한다.
대형 약국 체인 CVS헬스는 올해부터 대부분의 신입사원 채용 때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졸 구직자의 경우에는 평균 학점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을 포함한 화상 테스트 등 검증 절차를 시도하고 있다. 제프 래키 CVS 인력 담당 부사장은 WSJ에 “필요 없는 요건은 없앤다”며 “높은 학점이 항상 우수한 업무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분석 업체 EMSI에 따르면 기업들의 이런 시도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대학을 나오지 않은 구직자에게 140만 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2019년 1월까지만 해도 보험 영업사원 채용 광고의 42%가 대졸 이상 학력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으나, 올해 9월에는 그 비율이 26%로 떨어졌다.
경쟁사에 인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도 채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올리브가든 등의 식당 운영 업체인 다든레스토랑은 올해부터 구직자가 신청하면 5분 만에 면접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폐기물 처리 업체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취직을 원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3분이면 신청서 작성을 완료할 수 있는 구직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화물 운송 업체인 UPS도 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질문을 없앤 결과 채용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의 2주일에서 30분 이내로 줄였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필요한 10만 명의 계절노동자를 확보하려면 현재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업들 중에는 이런 식의 채용 절차가 회사의 채용 눈높이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직종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일을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그만두거나 잦은 결근 등 불성실한 태도로 해고되는 사례도 나왔다. 채용 문턱을 유지하는 회사들의 경우에는 시급을 높이거나 유급 휴가, 보너스 등의 혜택을 더 많이 제시하는 것으로 구직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인력유출 막으려 면접도 간소화… UPS, 2주 걸리던 채용 30분으로
“5년간 이런 추세 유지 된다면 고졸채용 140만명 늘 것” 전망
“눈높이 너무 낮춰 부작용” 우려도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학력, 경력을 따지지 않고 신규 인력 충원에 나서는 등 채용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졸업장이나 성적표를 요구하지 않고, 채용 인터뷰나 절차를 간소화해 구직자들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앞으로 5년 안에 고졸 채용이 140만 명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은 신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학력 조건을 두지 않고 신원 조회 절차도 없앴다. 이 회사는 미국의 실업률이 3.6%까지 떨어졌던 2019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리스트의 물류센터에서 이런 방식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적이 있었다. 더바디샵은 당시 채용 과정에서 학력과 경력을 묻지 않았고, 신원 조회와 마약검사 절차까지 없애버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든 신입 계절노동자 선발 절차에 이 방식을 적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9월 중순 현재 소매, 창고 분야로 확대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채용한 신입사원은 733명. 이 회사가 신규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들에게 물은 것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자격이 있느냐’와 ‘25파운드(약 11.3kg) 무게의 짐을 들 수 있느냐’ 등 두 가지뿐이었다고 한다.
대형 약국 체인 CVS헬스는 올해부터 대부분의 신입사원 채용 때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졸 구직자의 경우에는 평균 학점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을 포함한 화상 테스트 등 검증 절차를 시도하고 있다. 제프 래키 CVS 인력 담당 부사장은 WSJ에 “필요 없는 요건은 없앤다”며 “높은 학점이 항상 우수한 업무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분석 업체 EMSI에 따르면 기업들의 이런 시도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5년 동안 대학을 나오지 않은 구직자에게 140만 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2019년 1월까지만 해도 보험 영업사원 채용 광고의 42%가 대졸 이상 학력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으나, 올해 9월에는 그 비율이 26%로 떨어졌다.
경쟁사에 인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도 채용 절차를 간소화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올리브가든 등의 식당 운영 업체인 다든레스토랑은 올해부터 구직자가 신청하면 5분 만에 면접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폐기물 처리 업체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취직을 원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3분이면 신청서 작성을 완료할 수 있는 구직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화물 운송 업체인 UPS도 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질문을 없앤 결과 채용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의 2주일에서 30분 이내로 줄였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필요한 10만 명의 계절노동자를 확보하려면 현재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업들 중에는 이런 식의 채용 절차가 회사의 채용 눈높이를 지나치게 낮추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곳도 적지 않다. 직종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일을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그만두거나 잦은 결근 등 불성실한 태도로 해고되는 사례도 나왔다. 채용 문턱을 유지하는 회사들의 경우에는 시급을 높이거나 유급 휴가, 보너스 등의 혜택을 더 많이 제시하는 것으로 구직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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