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부터 우주탐사까지… 로봇의 담당 업무는 끝이 없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11-08 03:00:00 수정 2021-11-08 03: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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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로봇산업에 기업들 눈길

8월부터 10월까지 부산 수영구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전시된 의료용 로봇 ‘에이치 멕스’(왼쪽)와 손님 응대 서비스 로봇 ‘달이’. 현대차 제공

전기차 한 대가 충전소에 들어와 멈춰 서자 바퀴 달린 로봇 한 대가 차 가까이 다가섰다. 로봇은 차량 충전구를 찾아 문을 열고 곧바로 갖고 있던 충전기를 꽂는다. 전기차 충전기는 무거운 케이블이 달려 있어 어른도 다루기 불편하지만 로봇에겐 별 제약이 없어 보였다. 충전이 끝났다는 알람과 함께 로봇은 충전기를 부드럽게 빼냈다.

현대자동차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전기차 충전 로봇의 운용 시나리오다. 이 로봇은 차량 충전 중 벌어질 감전사고를 미연에 막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중점 신사업으로 로봇을 꼽고 다양한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박상인 현대차 로보틱스랩 팀장(사진)은 “로보틱스랩은 사람이 하는 위험한 일을 대신하고 사람과 함께 일상생활이나 일터에서 활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사람을 위한 기술개발’을 철학으로 하고 있다”며 “핵심 기술 확보에서 신사업의 씨앗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모빌리티로 확대되는 로봇기술들
현대차는 올해 초 완성차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약 60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와 수소차, 도심 항공모빌리티(UAM) 등의 신사업 분야를 육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분야가 로봇이다. 2018년 로보틱스팀을 신설한 데 이어 2019년에는 핵심 기술 개발을 총괄할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 12월 처음 성사시킨 인수합병(M&A)이 미국의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점도 상징성이 크다.

박 팀장은 “로봇 기술의 진보를 통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미래 모빌리티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충전로봇도 그런 로봇 중 하나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 보급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려면 다양한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산업공학 등이 복합된 로봇 기술은 이를 뒷받침할 안성맞춤의 종합기술인 셈이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공개한 차량 운전대를 접어 앞좌석 전면에 수납하는 기술과 차량 바퀴가 90도 꺾이며 제자리 회전을 하는 기술도 로봇 기술에서 파생했다.

로보틱스랩은 자동차를 넘어 다른 분야로도 로봇의 활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랜 공을 들인 분야로 흔히 웨어러블(입는) 로봇으로 불리는 관절 로봇과 서비스 로봇이 손꼽힌다. 올해 8∼10월 부산 수영구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의료용 로봇 ‘에이치 멕스’와 손님 응대 서비스 로봇 ‘달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멕스는 하반신 마비 환자를 보조하는 착용형 로봇으로, 걷다가 앉거나 걷기 위해 일어서는 것을 돕는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달이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실내를 돌아다니다가 사람을 만나면 얼굴을 인식해 나이와 성별을 판단하고 그에 맞는 주제와 말투로 응대한다. 이 밖에도 우주 탐사에 쓰일 로보틱스 기술 개발을 준비하는 등 향후 우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 로봇 기술 확보에 몰리는 기업들
해외 완성차 회사들도 로봇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도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비롯한 다양한 로봇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포드는 자동차 생산라인에 다양한 로봇을 투입하는 한편 별도로 택배 배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 봇’ 시제품을 내년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완성차 회사 외에 삼성전자와 네이버 랩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 일반 테크기업들도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로보틱스 시장은 지난해 277억 달러(약 32조7000억 원)에서 2027년 741억 달러(약 87조5000억 원)로 연평균 1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 팀장은 “로봇 산업은 현재의 자동차만큼 초대형 시장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존재하는 분야”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최근 집중하는 분야로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을 꼽았다. 로봇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도 핵심 기술이다. 현대차도 로봇 운용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작인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이 들어간 경비 로봇도 개발했다. 이 로봇은 기아 광명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퇴근한 새벽 시간 경비를 맡고 있다.

디자인 분야도 최근 연구개발 경쟁에서 불꽃이 일고 있다. 박 팀장은 “로봇은 기술의 산물이고, 기술은 디자인을 통해 일상에 구현된다는 점에서 서로 뗄 수 없는 개념”이라며 “단순히 외형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필요한 소리, 촉감, 인간 행동에 대한 반응 정도 등을 인간 친화적으로 디자인하려는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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