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받고 40대도 은행 떠난다…올해 희망퇴직 4000명 넘을 듯

박희창 기자

입력 2021-11-07 18:24 수정 2021-11-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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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SC제일은행이 6년 만에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소비자금융 청산에 나선 한국씨티은행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해 올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4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좋은 희망퇴직 조건을 내건 데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희망퇴직 가능 연령이 낮아져 ‘인생 2막’을 일찌감치 준비하는 직원도 늘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지난달 29일자로 특별퇴직(희망퇴직)을 실시해 약 500명이 떠났다. 2015년(962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특별퇴직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조건이 더 좋아져 신청자가 많았다”고 했다. 올해 희망퇴직은 만 42~50세 이상, 근속 기간 10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최대 6억 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소비자금융 부문 단계적 청산에 나선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소매금융 직원 2500여 명뿐 아니라 기업금융 부문 직원도 포함됐다. 은행권에선 씨티은행 노사가 합의한 조건을 감안할 때 희망퇴직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는 만 3년 이상 근속한 정규 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7억 원 한도에서 정년까지 남은 급여(기본급)를 100% 보상하는 희망퇴직 조건에 합의했다. 창업 및 전직 지원금 2500만 원도 추가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자는 최소 4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상반기(1~6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직원은 2628명이다. 국민은행에선 1월 말 800명이 짐을 쌌고, 사상 처음 1년에 두 번 희망퇴직을 진행한 신한은행에선 353명이 그만뒀다.

은행원의 희망퇴직이 늘어난 것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퇴직 조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진 데다 희망퇴직 허용 연령이 40대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가능 연령을 올해 1965~1973년생으로 낮춰 만 48, 49세 직원도 신청을 받았다. 근무 기간과 직급 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이 희망퇴직을 하면 특별퇴직금을 포함해 4억∼5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은행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속화한 디지털 금융 전환에 맞춰 희망퇴직을 인력 재편의 기회로 삼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통해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필요한 디지털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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