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힌 은행권, 회사채 시장 경색에 ‘대기업 대출’ 눈독

뉴스1

입력 2021-11-07 07:46 수정 2021-11-0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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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15/뉴스1 © News1

채권금리 급등으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총량 규제로 은행들도 연말까지 가계대출 취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라 대기업 대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81조6911억원으로 7월말 78조6612억원, 8월말 80조2064억원, 9월말 80조9236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점진적 축소) 등을 앞두고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은행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채권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투자등급 AA-이하 회사채 발행에서 미매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말 풀무원식품을 시작으로 디티알오토모티브, 우리종금, 더블유게임즈, HK이노엔 등 A급 회사채 발행이 시장에서 계획대로 소화되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장금리 바로미터격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월말 연 1.395%에서 9월말 연 1.593%, 10월말엔 2.103%까지 치솟았다. 회사채 무보증 3년물 AA- 등급의 금리도 8월말 연 1.829%에서 9월말 2.049%, 10월말엔 2.573%로 급등했다. 10월 한달 간 9월 상승폭의 두 배에 해당하는 0.524%포인트(p)나 올랐다.

그 여파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금액이 뚝 떨어졌다. 회사채 순발행금액은 9월 3조2655억원에서 10월 1조6161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순발행금액은 총 발행액에서 만기도래분 상환액을 뺀 금액으로 자금조달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회사채 만기는 채권을 발행해 막는 ‘차환’ 방식으로 막는데, 최근 금리가 빠르게 올라 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급하게 은행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 대기업 고객은 ‘귀한 손님’이다. 대출 금액이 큰데다 연체에 대한 리스크도 작고, 급여 이체 통장이나 퇴직연금 등으로 부수적인 수익까지 올릴 수 있다. 가뜩이나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로 올해내 가계대출을 추가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취급으로 얻는 이자수익 만큼이나 부수적으로 올릴 수 있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은행에 있어선 매우 반가운 고객”이라며 “중견기업 이상의 회사채 발행 기업에 대해선 은행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10월말 기준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 잔액은 640조2852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6803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 7조8341억원 증가한 후 8월 5조4603억원으로 증가폭이 다소 둔화됐으나 9월에 다시 6조366억원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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