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이어 실리콘-마그네슘 값 2, 3배 폭등… 車-반도체 등 타격

신동진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1-11-05 03:00:00 수정 2021-11-05 05: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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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불안, 민생경제 충격파]〈下〉광물 품귀 쇼크, 끝이 안 보인다


요소수 품귀 사태로 경유차 운행에 차질이 커지는 가운데 공급망 쇼크 파장이 실리콘으로 옮겨 붙고 있다. 평소 흔하게 구할 수 있어 젖병, 주걱 같은 생활용품 및 자동차, 스마트폰 소재로 널리 쓰이던 실리콘이 연쇄적 물가상승이라는 ‘불의타(不意打·예상치 못한 문제)’를 촉발시킬 분위기다.

실리콘은 방수재료, 접착제 등의 원료로 건설, 자동차 제조 등 산업현장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용 인테리어 소재로도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실리콘 공급난이 심각해지면 민생 경제와 공공 분야에 타격을 입히는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전력난이 불러온 ‘광물 품귀 현상’이 각종 필수 소재 공급난으로 이어지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 한 박스 6만 원 실리콘 접착제, 3개월 만에 16만 원요
4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KCC, 신에츠 등 실리콘 제조사들은 마감재로 쓰이는 실런트(실리콘 접착제) 가격을 이달 출고분부터 10∼60%씩 올렸다. 8월 10L 한 박스가 6만 원에 거래되던 석재용 실런트는 현재 16만 원에 팔리고 있다.

그나마 이 가격에도 없어서 못 구한다. 공장에서는 중국산 원료 공급이 막혀 제품을 제때 만들지 못하고 도매상은 재고로 버티는 형국이다. 한 실리콘 총판 대표는 “다음 달이면 남은 물량이 바닥난다. 2, 3배 오른 단가에 겨울 공사를 포기하겠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 품귀는 중국 전력 부족에서 비롯됐다. 실리콘은 복잡한 화학적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른 소재 생산에 비해 전기 소비량이 많다. 이 때문에 원가의 상당액이 전기료이고 중국에서도 전기 요금이 싼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 전력난이 빚어지면서 실리콘 원료인 메탈실리콘(규소)의 중국 내 생산량 20%를 차지하는 윈난성 공장들은 올 12월까지 규소 생산을 8월 대비 90% 줄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공급 축소로 규소 가격은 지난달 t당 6만1000위안(약 1100만 원)으로 8월 초 대비 약 260% 올랐다.

알루미늄 합금 원료인 마그네슘과 시멘트 핵심 원료인 유연탄 가격도 중국 전력난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중국산 마그네슘 60%를 생산하는 산시성의 제련소들은 전력소비 제한에 따라 9월부터 생산량이 반 토막 났다. 공장 50곳 중 15곳은 내년 봄 생산을 중단한다. 8월 2만 위안이던 마그네슘 가격은 지난달 5만 위안까지 뛰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마그네슘 가격 인상과 재고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 “예측 불가 공급망 쇼크에 핵심광물 관리 필요”
중국 건설 붐도 나비효과의 한 축이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고속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나서면서 수출용 광물을 내수로 돌리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건자재 20%를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데 이 물량을 중국이 흡수하며 국내 수급량이 80%로 줄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중국 최대 석탄 생산지인 산시성 폭우로 60개 탄광이 폐쇄돼 발전용 석탄 부족이 심화됐다. 6월엔 대형 실리콘 공장에서 화재까지 발생해 실런트 원가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은 전 세계 규소의 67%, 마그네슘의 87%를 공급하는 최대 생산지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불어 닥친 것이다.

공급망 쇼크가 언제 끝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9, 10월에 정점을 찍은 원자재 가격은 최근 다소 조정됐지만 실리콘 등의 주요 생산지인 윈난, 신장, 쓰촨에서 생산 통제가 유지되고 있다. 물류 대란마저 겹쳐 건자재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는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1년 새 3배 이상 올라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희귀금속을 비롯해 다양한 광물에 대한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달청,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이 일부 희소광물을 비축하고 있지만 마그네슘 등은 빠져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25∼35종을 핵심광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임경묵 생산기술연구원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장은 “소량만으로 반도체 전기차 등 소재 성능을 좌우하는 희소금속은 없어서는 안 되는데도 체계적 관리가 미흡하다. 공급처 다변화 등을 통한 자원 확보와 동시에 대체재 개발 및 효율화 기술 연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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